다음달 19~29일 대구독립영화전문관 오오극장서
34편 스크린 수놓아
신종 코로나 예방위해 방역 최우선
"미래의 봉준호를 만나보세요."
대구지역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대구단편영화제가 다음달 19~29일 대구 중구 수동 오오극장에서 열린다. '여름밤, 다시 만난 세계'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에는 국내 경쟁작에 총 905편이 출품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영화가 몰렸다. 이 가운데 국내 경쟁작 25편과 대구경북 영화 위주인 애플시네마 9편 등 총 34편이 선정돼 스크린을 수놓는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은 대부분 신종 코로나 확산 이전에 제작됐다. 차정윤 감독의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은 24시간 영업하는 중국음식점을 배경으로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차분하게 풀어냈다. 정인혁 감독의 '틴더시대 사랑'은 매사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긴장감 있게 표현하는 등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선정됐다.
영화 축제를 준비 중인 감정원(31)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사회적인 시선이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대사가 많고, 러닝타임이 긴 드라마 성격의 영화가 주류”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시민들이 독립영화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누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제가 열리는 오오극장은 대구 유일 독립영화전문관이다. 객석이 55개라 오오극장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신종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28개로 줄였다. 감 사무국장은 "당초 온라인 개최도 검토했으나 독립 영화 감독들에게는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틈만 나면 극장을 소독하면서 영화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지역 독립영화계도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감 사무국장은 "독립 영화 감독들이 교육이나 워크숍 강사로 활동하면서 생계를 이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상반기에는 전멸 수준"이라며 "사업이나 지원도 축소돼 자구책 마련에 바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의 독립영화 현장은 아직까지 불모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감독들이 작품에 집중하기 보다 부수적인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장비를 지원해주거나 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기관도 아직까지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최근 '수성못'이나 '내가 사는 세상' 등 지역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도 지역 영화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해에는 흩어진 자료를 모아 대구단편영화제 20주년 기념 전시회도 열었다. 올 9월에는 경북대미술관과 협업해 관련 전시회를 열고, 단편영화 15편 상영도 추진하고 있다.
감 사무국장은 "이번 대구단편영화제가 그 동안 시름에 잠겨 있던 시민들을 위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