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로얄즈 시절이던 20세기 후반 전성기를 노렸던 부산 축구의 ‘명가 DNA’가 2020년 깨어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K리그2(2부리그)에 머물다 올해 K리그1(1부리그)로 승격한 부산 아이파크의 무서운 상승세 중심엔 ‘젊은 피의 중심’ 이동준(23)의 부활이 있다.
부산은 K리그1에서 모든 팀과 한 번씩 맞붙은 11라운드가 끝난 13일 7위에 올라있다. 3 승 5무 3패(승점 14)란 기록만 보면 ‘그저 그런 팀’으로 보여질 법 하지만, 최근 5경기 연속 무패(3승 2무) 행진이 매섭다. 특히 시즌 초반 침묵하던 이동준의 득점포가 터지기 시작한 7월에만 2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김진규(23) 권혁규(19) 등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남은 16경기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강원전 2골 2도움, 10일 FC서울전 1골을 기록하며 부산 상승세의 중심에 선 이동준은 1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부터 부산의 경기력은 좋았지만 결과(승리)가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하지만 이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해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실제 부산은 시즌 초반 6경기에서 개막전 포항을 시작으로 전북, 울산, 상주 등 강팀들과 대결이 많은 가운데 3무 3패를 기록했다.
6경기 무승 이후 터닝포인트는 지난달 17일 대구전이었다. 비록 이날도 2-2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수비와 공격력을 모두 갖춘 대구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두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동준은 “사실 공격을 하는 입장에서 수원이나 성남, 대구 같이 3백을 기반으로 수비 조직력이 좋은 팀들이 상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후 부산은 인천전 1-0 승리를 시작으로 상승세를 탔다. 이들의 상승세에 가속을 붙인 건 4일 강원전 4-2 대승이다. 이동준뿐 아니라 동갑내기 김진규의 득점포도 함께 나오면서 젊은 피들에겐 자신감을 준 경기였다. 이동준은 “K리그1에 와보니 K리그2와 실력 차가 확실히 있었다“며 “경기 스피드부터 수비조직력까지, 좋은 팀들이 많아서인지 상대하기 어려운 경기들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1-1 무승부로 끝날 줄 알았던 후반 막판 기어코 결승골을 얻어맞고 1-2로 패한 전북전(5월 16일) 때는 “승리 DNA가 있는 팀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올해 초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으로 2020년을 의미 있게 시작한 이동준은, 도쿄올림픽 연기와 나이제한 기준 변경 등으로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평정심을 찾고 되살아난 이동준의 모습을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강원전)과 최태욱 코치(서울전)가 생생히 목격했다. 대표팀 진입에 대한 목표를 묻자 “A대표팀은 선수라면 당연히 원하는 자리지만, 일단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 명단에 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당장은 부상 없이 팀을 잔류 이상의 더 좋은 위치에서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