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 호봉 적용 경력환산 기준 바꾸면서
영양교사 등에 대한 경력인정 기준 낮춰 혼선
한달 월급 120만원 줄어…"대책이 고작 분할납부"
경기 지역에서 기간제 영양교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 6월 급여명세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교육공무원 호봉획정 기준이 바뀌면서 A씨 월급이 기존보다 2호봉 낮아진 것이다. 5월보다 줄어든 금액은 대략 120여만원. 3~5월 급여에서 바뀐 기준을 적용한 소급분도 포함됐다. A씨는 "2012년 7월 이후 받은 월급 소급분이 1,800여만원이라고 하더라"면서 "이전 근무한 세 군데 학교는 1,680만원을 환수한다며 빚쟁이처럼 전화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학교가 준 월급을 받았을 뿐인데 이제 와서 다시 내놓으라고 하니 막막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5월 교육부가 교육공무원의 호봉을 정할 때 적용되는 경력 환산 기준을 바꾸면서 영양교사ㆍ사서교사ㆍ전문상담교사 등 일부 교사들에 대한 경력 인정 기준을 낮춰 논란이 일고 있다. 교원자격증 없이 학교에서 일했던 경력을 인정해주는 비율이 상위법인 공무원 보수 규정과 달라 기준을 80%에서 50%로 바꾸면서 해당 교사들의 호봉이 깎인데다, 이 기준을 소급 적용하면서 A씨처럼 많게는 수천만원의 월급을 반납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12일 교육부 관계자는 "(경력 환산 기준인) 자격증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해석에 따라 혼선이 있는 부분을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보수 규정을 토대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2012년 7월 1일 기준으로 '교육공무원 호봉획정시 경력환산율표의 적용 등에 관한 예규'에서 영양사ㆍ전산보조ㆍ과학실험보조ㆍ사서 등의 경우 자격증표시과목 업무와 동일한 근무경력은 80% 인정하기로 했다. 예컨대 학교 급식 식단을 짜고 안전을 관리하는 업무는 영양교사(교원)와 영양사(교육 공무직)가 모두 맡을 수 있는데, 직종에 따라 적용 호봉이 다르고 영양사가 교원자격증을 따서 영양교사로 같은 근무를 수행할 때, '동일 근무경력'의 80%를 인정해준다는 의미다.
문제는 '자격증표시과목 업무'에 관한 해석이 시도교육청 마다 엇갈려 같은 경력에도 호봉이 달랐다는 점이다. 서울ㆍ경기 등 12개 시도교육청은 학교 영양사, 사서 등을 '동일 업무'로 해석해 이들이 영양교사 등으로 근무할 때 이전 경력의 80%를 인정한 반면 경북ㆍ전남 등 5개 교육청은 이들 직종을 동일업무가 아니라고 해석하고 경력 50%만 인정해 호봉을 책정했다.
교육청마다 호봉 책정 기준이 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8년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에 다시 관련 호봉 예규를 문의했고, 이때 교육부는 ‘8할로 인정하라’고 회신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후인 지난 5월 경기도교육청의 같은 문의에 교원자격증 취득 이전 경력은 '8할이 아닌 5할을 인정하라'며 정반대로 회신했고 아예 ‘동일한 교원자격증 취득 후의 경력 외의 경력은 50%의 환산율을 적용한다’고 관련 예규까지 뜯어 고쳤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은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한 것은 교육부인데 피해는 교사들이 당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과 한마디 없고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고작 분할 납부"라며 "부당한 임금 삭감과 환수 조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예규 개정이 불러올 파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예규 개정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교사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약 2주전 각 시도교육청에 예규 개정에 따른 적용 대상자 규모와 환수 예산 등 관련 현황을 파악하라고 공문을 보낸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8년 회신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선생님들한테 죄송한 부분이고 공무원으로 낯뜨거운 상황이지만 그동안의 호봉 기준이 적법하지 않았던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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