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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자궁경부암…20~30대 환자 5년 새 47%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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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자궁경부암…20~30대 환자 5년 새 47% 증가

입력
2020.07.14 04:30
수정
2020.07.16 08: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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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여성암’ 자궁경부암, 매년 3.5%씩 감소

여성이 HPV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을 거의 에방할 수 있다. 만12세 여자 어린이는 무료로 예방 접종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 HPV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을 거의 에방할 수 있다. 만12세 여자 어린이는 무료로 예방 접종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자궁경부암은 20년 전만해도 부동의 여성암 1위였다. 그러나 자궁경부세포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자궁경부암의 '전암 단계'에서 많이 발견돼 치료되면서 7위로 낮아졌다. 자궁경부암 환자가 1999년 10만명 당 9.7명에서 2017년 5.2명으로 줄었다(국가암등록사업 보고서). 매년 3.5%씩 감소한 셈이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여성의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는 20~30대 환자가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47%가량 증가했다. 한관희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성 개방 풍조 확산으로 성 경험이 점점 어려지고 늘어나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궁경부암 발병의 주원인은 HPV 감염이다. 그러나 사람 몸에서 사마귀 등을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인 HPV에 감염됐다고 모두 자궁경부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HPV는 현재까지 200여종이 알려져 있으며 40여종이 성 접촉으로 전염된다. 이에 감염돼도 2년 안에 대부분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10% 정도는 2년 이상 감염된다. 자궁경부 상피 내에 종양이 생기고, 자궁경부상피내암ㆍ침윤성 자궁경부암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HPV는 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과 생식기 사마귀 등을 일으키는 저위험군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고위험군으로는 HPV 16ㆍ18ㆍ52ㆍ58형 등이고, 저위험군은 HPV 6ㆍ11형이다.

자궁경부암 가운데 주로 발병하는 암은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과 10~20%를 차지하는 선암 등 2종류로 나뉜다.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자궁 경부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보다 안쪽에서 발생하는 선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선암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예후도 나빠 생존율이 낮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 9가지 종류의 HPV를 막을 수 있는 HPV 예방 백신까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9가지 종류의 HPV를 막을 수 있는 HPV 예방 백신까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9~26세 여성은 백신 접종해야

자궁경부암은 99%에서 HPV가 발견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주원인이어서 HPV 백신을 예방 접종하면 거의 막을 수 있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HPV 16ㆍ18형 위주로 예방한다. 국내에는 서바릭스(GSK)ㆍ가다실(MSD)ㆍ가다실9(MSD) 등 3종류 백신이 있다. 서바릭스는 16ㆍ18형을 예방하고 가다실은 16ㆍ18형 외에 생식기에 사마귀를 일으키는 6ㆍ11형을 추가로 예방한다. 가다실9은 가다실의 6ㆍ11ㆍ16ㆍ18형 등 4가지 형을 포함해 모두 9가지 형을 예방한다.

HPV 백신은 2016년에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됐으며 만 12세 여자어린이는 무료 접종할 수 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으로 접종할 수 있는 HPV 백신은 서바릭스ㆍ가다실 등 두 종류다.

백신 접종 권장 연령은 9~26세 여성이다. 가다실9의 경우에는 최근 9~45세로 접종 권장 연령이 늘어났다. HPV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성경험이 있어도 백신 접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이런 여성은 이미 HPV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효과는 성경험 이전에 접종하는 것보다 떨어진다.

HPV는 안전한 성생활이 자궁경부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 전인 상태인 상피내종양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암검진사업에서는 기존에 30세 이상 여성에게 혜택을 줬던 자궁경부암 검진을 2016년부터 전체 20대 여성으로 넓혀졌다. 김용욱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진단이 늘어 HPV 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게 좋다”며 “접종해도 100% 예방되지 않으므로 성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20~30대 여성은 젊어서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다 산부인과에 가기를 꺼려 검진ㆍ접종률이 모두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암검진 수검 통계를 보면 20대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20% 정도, 접종률도 50~60%에 그치고 있다.

최세경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접해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HPV백신 부작용 위험은 독감 및 다른 백신보다 낮은 편이어서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강암ㆍ항문암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HPV 백신 접종 대상을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암을 정복하려면 백신 접종률이 80% 이상 돼야 한다”며 “여성이 높은 접종률을 보이더라도 HPV를 주고받는 남성이 접종하지 않으면 예방 효과가 떨어지므로 우리나라도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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