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주기별 근로시간 단축제 안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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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주기별 근로시간 단축제 안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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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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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올해 1월부터 돌봄 등 근로시간단축청구권제도가 시행되었다.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의 근로자들은 사업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학업, 건강, 가족돌봄 그리고 은퇴준비를 위해 필요하다면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15∼30시간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공공기관 제외) 조사 결과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미 도입한 사업장이 1,492개소(50.1%) 라고 한다. 내년부터는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된다. 이제 시작이다.

종래 근로시간제도는 매우 경직적이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직장을 아예 그만 두지 않는 한 어림없었다. 몸이 아파도 병원 갈 자투리 시간 내기도 힘들었다. 생애주기별 근로시간단축제도는 그 대안으로 모색된 것이다. 생애주기별로 마련된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을 통해 근로자는 일을 계속 하면서, 동시에 학업도 지속하고, 건강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고령의 부모나 아이를 돌볼 수도 있다. 육아 등을 위한 휴직제도와는 구별된다. 휴직을 하면, 임금 감소가 크다. 게다가 복귀도 어렵다. 복귀하더라도 낯설어진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 제도는 매우 선진적이면서도 고차원적이다. 그런 만큼 법제도 안착을 위해 다듬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첫째, 인력풀의 마련과 지원이다. 근로시간의 단축은 불가피하게 업무의 전가를 수반한다. 동료 근로자들에게 업무를 떠넘기는 식은 한계가 있다. 기량과 숙련도가 뛰어난 대체근로자를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둘째, 임금 감소분에 대한 추가지원도 필요하다. 원래 돌봄은 사회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아직 우리 사회가 그럴 형편이 못되어 개인에게 떠맡기고 있을 뿐이다. 적어도 가족 돌봄을 이유로 한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라면, 독일이 그랬듯이 감소된 임금의 일부라도 정부가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 오늘날 기업은 하루하루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방심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뭐든 오랫동안 지속해 왔고 그래서 검증된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다. 이 제도와 기업에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근로자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직장 생활은 즐거워질 터이고 회사가 너무 고마울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지 기대된다. 바야흐로 K-POP에서 K-방역까지 대한민국의 발전이 가히 놀랍다. 이제는 K-노동이다. 한국형 근로시간단축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거듭나길 바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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