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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선진국, 청년들의 선진국

입력
2020.07.11 06: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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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속가능발전네트워크(SDSN)는 매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국가별 이행정도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특별히 코로나19에 대한 OECD 33개 국가들의 대응 정도를 비교?평가하였다. 100만명당 사망률, 전파 억제율, 이동 감소율 등의 지표를 종합해서 평가한 결과에서 대한민국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국은 1위로 90점이었고, 3위인 호주가 76점, 6위인 일본이 73점이었다. 경제활동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전파율을 낮게 관리하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이 선진국들을 비교하는 평가에서 이처럼 극적인 평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청년들과 얘기해 보면 선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기성세대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르다. 50대 이상의 세대들에게 일본은 여전히 한국이 따라잡아야 할 대표적인 선진국이다. 중장년층에게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여전히 한국보다 높고, 기술과 과학 분야에서도 한국을 앞서 있다. 그런데 청년들이 보기엔 그렇지 않다. “일본이 한국보다 선진국이라고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1인당 GDP가 높고, 노벨상 수상자가 많을지 모르지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더 앞서 있는 나라라고 보지 않아요.” 

청년들과 기성세대들의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객관적 사실을 어느 한 쪽이 잘못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두 세대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선진국의 정의가 국제적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시기마다 기준이 변해왔다. 기성세대들이 청년일 때는 소득수준과 산업화의 정도가 선진국의 기준이었다. 1970년대 한국은 1인당 소득 1,000달러와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지상목표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성장의 신화를 써 온 기성세대들에게 선진국의 기준은 여전히 소득과 경제규모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잘사는 나라들에 대한 기준이 점차 달라져 왔다. 국민소득이 높더라도 환경이 훼손되고,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는 좋은 나라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산업화와 경제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각 나라들이 추구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선진국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도 제시되었다. 최근에는 인간개발지수(HDI)나 국민행복지수(NHI)로 선진국인지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인간개발지수는 2019년 기준으로 22위고, 행복지수의 순위는 2020년 평가에서 61위였다.

한국은 경제 규모와 1인당 소득을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평가기준에서는 이제 누가 뭐래도 선진국이다. 그러나 60위권에 있는 행복지수에서 나타나듯이 선진국에 대한 새로운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가 힘든 나라 중의 하나다. 특히 청년들과 미래 세대들에게 더욱 그렇다.

우리의 국가 정책을 보면 여전히 전통적인 선진국의 기준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성장과 개발의 신화를 주도해 왔던 세대들이 국가의 주요한 정책들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새로운 선진국의 지표를 추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성장'과 '소득'에서 '포용발전'과 '삶의 질'로 선진국에 대한 지표가 바뀌어 왔듯이 미래의 선진국의 지표는 지금과는 또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온실가스배출량과 탄소발자국 같은 기후위기 관련 지표들이 선진국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위기 대응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라는 칭찬에 고무된 대한민국은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악당국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이 21세기형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이 신화처럼 믿어 왔던 선진국의 지표를 바꾸어야 한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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