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재창조' 주장하던 마크롱 결국 물러서
지난해 4월 화재로 소실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이 과거 모습 그대로 복원될 예정이다. 원형대로 되살릴 것인가, 현대적 양식으로 재창조할 것인가의 논쟁 끝에 정부가 원형보존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국가건축문화재위원회(CNPA) 회의를 열어 정계와 문화재 전문가, 재건공사 책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노트르담 첨탑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1859년 노트르담의 보수 공사를 맡았던 건축가 외젠 비올레 르 뒤크가 세운 높이 96m의 고딕 양식 첨탑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CNPA는 네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만장일치로 원형 그대로의 복원을 결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CNPA의 승인 요청을 곧바로 수락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성명에서 "대통령은 노트르담 성당이 완전하고, 일관되고, 마지막으로 알려진 상태 그대로 가능한 진실하게 복원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가톨릭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해 4월 15일 발생한 화재로 12세기 세워진 지붕과 18세기 복원한 첨탑이 붕괴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복원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됐다. 재건자문위원장인 예비역 육군 대장 장루이 조르줄랭은 "현대적 기술과 재료로 탑을 새롭게 재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곧 그를 임명한 마크롱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벌인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수는 화재 직전 상태로의 복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다수 전문가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부터 노트르담 총괄건축가로 일해온 필리프 빌뇌브 역시 무너진 첨탑을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트르담 재건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까지 복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인데, 공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지난 6월 초에야 재개됐다. 이런 상황에서 재창조를 고집할 경우 설계공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엘리제궁은 "대통령은 공사가 늦어지거나 더 복잡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면서 "상황을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