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지자들 새벽 서울대병원 찾아 와 오열
서울시 첫 5일장 등 과도한 추모엔 반감 여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은 7시간여의 수색 끝에 발견돼 10일 새벽 서울대병원에 안치됐다.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5일장 첫째 날부터 박 시장과 친분이 있던 사회 각계 인사들과 그를 지지하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박 시장의 시신은 경찰의 현장 감식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오전 3시 30분쯤 영안실에 안치됐다. 박 시장 시신이 도착하기 전인 오전 3시쯤부터 여당 의원 등 지인과 그의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문 앞에서 구급차를 기다렸다. 이들 중 일부는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자 오열하기도 했다. 이들은 구급차를 향해 "일어나라 박원순" 또는 "사랑한다 박원순"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 시장의 빈소는 오전 9시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다. 조문 시작 시각인 낮 12시가 되기도 전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서울시 부시장)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동료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오후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빈소를 다녀갔다. 이 대표에게 취재진이 "의혹에 당 차원에서 대응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유튜버들이 "일베 죽어라" "기자들 질문 똑바로 하라"며 고함을 쳐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도 조문을 위해 식장을 찾아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A씨는 식장 주변을 서성이며 "믿을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심모씨는 "정치가 참 무섭다"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 때가 생각나면서,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각각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이사장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눈물을 삼켰고, 이 할머니는 "볼일을 보러왔다 비보를 들어 너무 놀랐다"며 말끝을 흐렸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관심이 많았던 박 시장은 캠페인 참여 기금으로 정의연의 전신인 정의기억재단에 5,000만원을 기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추모 분위기와 달리, 서울시가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을 5일간 치르기로 한 결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홍모(27)씨는 "돌아가신 것 자체는 유감이지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 직책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하셨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최모(34)씨는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을 뿐더러 공무 중 순직도 아니라서, 여론이 박 시장을 범죄자로 보는 것도 현실"이라며 "5일장 치른다는 것에 사회적 합의나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조문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장례식장 인근을 지나가던 대학생 이모(22)씨는 "정치인들이 많이 온 것 같다"면서 "성추행 의혹이 있는데 다들 거리낌 없이 빈소를 찾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서모(22)씨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서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 박원순을 고발한 피해자분과 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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