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마에스트로 마시모 자네티. 코로나19시대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온'이란 간단한 표현 안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담겨 있다. 그래선지 "음악은 내 심장"이라 강조하는 자네티의 목소리는 떨렸고 표정은 비장했다.
9일 온라인에서 만난 자네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충격부터 털어놨다. 그는 현 유럽 상황에 대해 "극장이 닫히면서 모든 콘서트와 활동이 중지됐고, 수천 명의 예술인과 음악가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전하면서 "음악은 단지 비즈니스가 아니라 영혼의 양식이며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이런 부분이 잊혀지는 게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그가 이끄는 경기필은 이달 18일 경기아트센터,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두번의 공연을 갖는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난 1월 유럽 공연 이후 반년 만의 무대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자네티 감독은 지난 2월 고향 이탈리아로 갔다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발이 묶였다. 한국 보건당국과 수백통의 전화를 주고받으며 고심한 끝에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를 몇번이나 예약하고 취소"하기를 반복했다. 귀국 즉시 13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네티 감독은 "오케스트라와 관객들이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사태는 18,19일 공연 레퍼토리도 바꿨다. 18일 '앤솔러지 시리즈IV'에는 원래 말러 교향곡 3번이 포함되어 있었다. 70명의 합창단이 필요한 대규모 편성의 곡이라 결국 뺐다. 자네티 감독은 "(방역 차원에서) 이번 공연엔 오케스트라 규모를 줄이려고 애썼다"면서도 "현악기, 관악기 등 다양한 세션을 관객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들어간 작품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피아니스트 이진상 협주)'과 베토벤 '현악4중주 16번'이다. 이 두 곡은 작곡가들이 숨을 거두기 직전 쓴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슈트라우스의 '13대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도 추가했다. 피아노, 현악기, 관악기의 매력을 한데서 감상할 수 있는 구성이다. 자네티 감독은 "셰익스피어가 '인생은 대비'라고 했다는데, 무대 위에서 각 작곡가의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베토벤 현악4중주 악보는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는 베토벤의 자필 문구가 쓰여 있는것으로도 유명하다. 자네티 감독은 "곡의 마지막 악장 시작에 이 말이 적혀 있고, 그와 함께 많은 상징을 담고 있는 현악기 선율이 시작된다"며 "이 부분은 마치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네티 감독은 이 베토벤의 자문자답이야 말로 코로나19시대에 필요하다 했다. "그 곡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저에게 그래야만 하는 건 음악입니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영혼에 중요한 일을 찾아야 합니다. 음악이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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