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쉬운 자산이 보입니다.
지난해 한 시중은행에서 연 3.3%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던 직장인 서모(36)씨는 올해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 후 4개월이 지나고, 그 사이 또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음에도 서씨의 대출 이자는 여전히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씨는 “매달 원리금이 100만원 가까이 돼 단 몇 만원이라도 이자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금리가 너무 떨어져 예금은 안 하느니만 못한데 왜 대출이자는 제자리걸음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올해 두 차례 총 0.7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어느덧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0.5%까지 내려왔다. 노후자금을 은행에 맡긴 이자 생활자는 난감하겠지만, 대출자에겐 희소식이다. 그만큼 이자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많은 대출자들은 금리인하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씨처럼 “기준금리가 내렸는데 내 금리는 왜 그대로냐”는 목소리부터 “오히려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 같다”는 불만도 나온다.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다음날부터 잽싸게 떨어지는데, 왜 대출금리는 거북이 걸음을 걷는 걸까.
주담대는 은행이 제시하는 '기초금리'에 고객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가 더해지고, 다시 개인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등에 따라 '우대금리'라 불리는 이자 감면을 반영하는 구조로 최종 금리가 정해진다.
만일 개인의 신용도나 실적에 큰 변화가 없었다면, ‘당초 어떤 주담대 상품을 선택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은행에선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담대’와 통상 5년간 금리를 고정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고정) 주담대’ 상품을 주로 판다.
변동형 주담대는 은행 수신(예적금)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금 금리가 내려가면 순차적으로 금리가 낮아진다. 실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사상 처음 0%대(0.89%)에 진입했고,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1% 후반~2% 초반까지 떨어져 대출자의 이자도 따라서 줄었다.
반면 혼합형 주담대는 주로 일 단위로 고시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금융채 채권가격이 대출금리에 큰 영향을 주는 셈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투자자들이 금융채를 팔고 현금 확보에 나서는데다, 정부의 적자 국채 발행까지 예상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결국 채권금리(수익률)가 오른 것이다.
지난달 말 금융채(AAA등급) 5년물 금리는 1.326% 수준이었지만 이달 13일에는 1.398%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결국 이 금융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소폭 오른 셈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이 빠르게 줄고 있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절반(50.2%)에 달했던 만큼, 서씨의 사례처럼 국내 대출자의 절반 정도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훈풍'을 직접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신 채권 금리가 안정되면 향후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내려갈 여지가 있다”며 “중도상환 수수료와 이자혜택을 고려해 본 뒤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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