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각 부처 고위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 파악과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을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176명 의원 전수조사와 다주택 매각 촉구에 이은 것이다. 여당 의원과 정부 고위층이 알짜 강남 아파트까지 매각하는 성의는 심각한 민심 이반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이것으로 부동산 가격이 진정될 리는 만무하다. 포퓰리즘적 대응을 넘어 기존 대책들을 면밀히 검토해 방향을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은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정권보다 가파르게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한 데에는 전 세계적 유동성 과잉, 공급 확대 제한, 국회의 뒷받침 부족 등 정부가 어쩔 수 없는 요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에 더해, 정부가 말만 앞세우고 정책이 따르지 못하면서 국민 신뢰가 추락한 면이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8일 “아파트 양도 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식이 사라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모든 정책 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며 의지를 과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정책에 반응하지 않았고, 지금도 국민은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 이달 초 6·17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효과에 대한 리얼미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00명 중 49.1%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36.8%에 그쳤다.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사실은 그들 스스로 정부 정책을 믿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해석돼 국민 불신을 깊게 했다.
집 팔라는 외침만으로 아파트 값을 잡을 수는 없다. 시장에만 맡겨서 될 일은 분명 아니지만 규제 일변도 정책의 한계도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 공급 확대 등 정부가 주저해온 정책들을 다시 검토하고 실수요자에게 박탈감을 안기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기존 정책 중 잘못됐거나 수정해야 할 것은 사과를 표명하고 제 방향을 설정하면 된다. 서민들은 투기꾼 단죄가 아니라 내 집 마련을 바란다. 정확한 정책으로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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