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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에 왜 세금 올리나"… 스텝 꼬인 정책에 말발 안 서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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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에 왜 세금 올리나"… 스텝 꼬인 정책에 말발 안 서는 정부

입력
2020.07.09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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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세금 혜택 축소 방침에?
여당 추진 '임대차 3법'까지 압박
"정부 믿은 사람만 바보" 비판 쇄도


이해찬(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7.08 오대근기자

이해찬(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7.08 오대근기자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1주택자 세금 강화`  문제에 발목이 잡혀, 들끓는 민심을 잠재울 부동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대사업자와 1주택자에게 세 부담을 강화할 경우 소급적용 논란으로 정책 신뢰성에 큰 금이 가는데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세 부담이 높아진 1주택 실수요자의 불만까지 감수해야 한다. 반면 이런 부담에 과세강화 기조를 포기할 경우 정책의 '약발'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장려했다가 폐지? 스텝 꼬인 정부

8일 당정에 따르면, 지난 7일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놓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1주택자 세부담 강화 방안을 놓고 격론이 오갔으나 부처 간 최종 의견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당정은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그동안 임대사업자에 부여했던 세금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1주택자에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강화하는 방향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에 '소급 적용' 논란이 커지자 정부 내에서도 이를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민주당에서는 "기존 임대사업자가 받았던 세금 혜택을 토해 내라는 것이 아닌 만큼, 소급 적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기존 정책을 후속 입법으로  뒤집으면서 유예기간이나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의 소급 적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정책 신뢰성 추락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정부는 3년전부터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고 나섰지만,  이제 스스로 그 정책을 폐기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특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바보라는 것을 이번 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다"는 임대사업자들의 비판이 뼈아프다.

그렇다고 정부가 기존 임대사업자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세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됐으나,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제도를 절세 용도로 활용하면서 부동산 안정이라는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여당이 추진 중인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임대사업자 제도를 유지할 명분이 아예 무색해지는 것도 고민이다. 정부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미등록 임대조차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는데, 현재는 등록임대만 임대료 제한 대가로 세금을 경감 받아 제도 운영에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1주택 과세 강화도 '뜨거운 감자'

지난 12ㆍ16대책을 통해 밝힌 정부의 1주택 세부담 강화 방침에도 논란이 지속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종부세법 개정안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를 1주택자에 대해서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총선 때 서울 강남 등 부촌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를 중심으로 1주택자에 한해서는 종부세를 완화하자는 기류가 형성됐으나, 정부는 부동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점을 감안해 12ㆍ16 대책 기조를 유지하거나 더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9억 이하 주택에도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미 세부담이 증가한 1주택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과세 강화 방침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했는데,  왜 투기를 하지 않은 일반 국민이 세금 부담을 져야 하냐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안모씨는 "10년째 살고 있는 집이 최근 급등해 호가 10억원을 넘고 있다"며 "집을 팔아 차익을 거둘 생각도 없는데, 집값이 올랐다고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정부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 이르면 이번주 발표

당정은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부동산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지시한 추가 공급은 준비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세제 개편안이라도 마련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7월 임시국회 내에 법안 처리를 하려면 이번주 금요일에는 법안이 구체화 돼야 한다"며 "논란이 있지만 임대 사업자 혜택 축소, 1주택이라도 고가 주택에 세금을 중과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다음주 발표를 해도 법안 국회 통과 일정에 큰 무리가 없다"며 "논란이 제기 되고 있는 사항을 충분히 살펴보고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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