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체육회 '팀닥터' 운동지도사 안모씨 고발
고 최숙현 선수 부모 "관련자들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사과해야"
경북 경주시체육회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팀닥터 역할을 해온 운동처방사 안모 씨를 검찰에 고발한 8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휴대폰 너머로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날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이 "지난 5일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선수 6명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관련 진술을 확보한 뒤 안씨를 성추행과 폭행 등 혐의로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힌 직후였다.
"이제라도 팀닥터가 고발된 것은 다행이지만 조치가 미리 이뤄졌다면 우리 딸은 세상을 등지지 않아도 됐을 것"이란 그의 목소리는 한 없이 슬프게 들렸다. 그는 며칠 전 자신을 찾아온 경주부시장에게 관련자 모두 법적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팀닥터만 고발된 것은 안타깝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면 감독과 선배들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최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간 것으로 지목된 안씨와 김규봉 감독, 선배 선수 등 4명은 아직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대구의 한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녹취파일 등을 통해 최 선수에 대해 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안씨는 조사에도 출석하지 않았고, 외부와의 연락도 끊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경주시청과 경주시체육회도 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뒤늦게 발등의 불을 끄느라 바쁘다.
최 선수는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25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조사관과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10여분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가해자 측이 반박 증거를 냈다는 소식에 그는 절망했다.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딱히 증거를 모아두지 않았던 최 선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는 이를 마지막 통화 기록으로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아버지는 "숙현이를 괴롭혔던 사람들이 아직까지 전화 한 통화 걸어오지 않았다"며 괴로워했다. "폭행과 폭언을 부인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도 따로 연락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그는 가해자들의 당당함에 또 한 번 좌절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는 그는 딸이 없는 세상에서 체육계의 해묵은 병폐가 사라지기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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