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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이인영 박지원'의 볼턴 극복법

입력
2020.07.1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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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박지원(왼쪽부터)ㆍ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ㆍ통일부 장관 후보자 이인영.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박지원(왼쪽부터)ㆍ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ㆍ통일부 장관 후보자 이인영. 연합뉴스


2020년 초여름 미국 조야와 한국 외교가에선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화제였다. 2018년과 2019년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 남ㆍ북ㆍ미 정상회동의 막전막후를 지켜봤던 볼턴이 어떤 주장을 펼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볼턴이 누구인가. 2001년 국무부 군축ㆍ국제안보 담당 차관, 2005년 유엔대사를 맡아 남북화해 국면마다 발목을 잡던 ‘네오콘’의 간판이 그다. 2006년 공직에서 물러나 외교무대에서 완전히 퇴출됐나 싶더니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 시작하던 2018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로 재등장했다. 트럼프의 볼턴 선택은 우려대로 파국으로 끝났다. 한반도 평화 역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회고록 일부 내용만 봐도 볼턴의 극우 시각, 트럼프의 무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볼턴은 2018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상황 중 일부 조각만 불러와 한국의 노력을 폄훼했다. 흥정을 붙이기 위해 한국이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볼턴은 반대로 해석, 왜곡했다.

트럼프 같은 장사꾼이 선의만 갖고 북핵 외교에 나선 게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북미정상회담은 2020년 재선을 위해, 노벨평화상을 노린 한 편의 연극 성격도 있긴 했다. 하지만 ‘사기꾼’을 역이용하지 않고는 좀처럼 풀 수 없는 외통수가 한반도 외교안보 상황이었다. 그런 답답함을 뚫어보려던 한국의 노력을 자신이 어떻게 방해했는지 자백한 책이 바로 볼턴 회고록이다.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ㆍ이인영 통일부 장관ㆍ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인사 카드 등장 이유도 볼턴 폐해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립하던 북미 사이에서 한국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9ㆍ19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만들었다던 ‘한미워킹그룹’은 역으로 미국의 남북관계 통제 틀이 되는데도 외교부는 아니라고만 했다. 정상 간 합의였던 대북전단 살포가 이슈화되지 않자 통일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청와대 안보실은 내부 다툼에 더 에너지를 쏟았다. 북한도 미국에 대한 화풀이를 엉뚱하게 남쪽에만 쏟아냈다.

그 결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국지적 군사충돌 직전까지 갔던 게 불과 며칠 전 상황이다. 볼턴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냉전 옹호세력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다.

‘서훈ㆍ이인영ㆍ박지원’ 외교안보 트로이카의 첫 임무이자 최대 목표도 이런 방해를 뚫고 한반도에 평화를 안착시키는 일이다. 핵심 키워드는 상황 장기화 대비와 외교안보의 정치화 경계다.

간판급 정치인, 대선캠프 핵심 참모 출신 세 사람의 장점은 충분하다. 하지만 재임 기간 무언가 성과를 보겠다는 조급함은 피했으면 한다. 북핵 협상은 이미 정권 단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수령 중심 절대 독재체제 북한은 김정은-김여정으로 이어지는 최소 30년 이상의 장기 집권 관점에서 핵문제 전략전술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5년, 미국은 길어야 8년이면 정책이 180도 바뀌거나, 아니면 방향침 변타로 시간을 허비해온 게 현실이다. 트럼프가 3차 북미회담 운을 뗐지만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적다.

결국 한반도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고, 오해의 소지를 없애면서, 가벼운 교류부터 신뢰를 쌓아가다, 평화 안착의 확실한 기회가 오면 이를 낚아채는 상황관리 외에는 당분간 길이 없다. 남은 20개월 정권의 ‘레거시’를 남기려는 생각보다 후대의 평화를 위해 조용히 바닥을 다진다는 각오여야 한다. 정권 말 외교안보가 정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하는 것도 세 사람 몫이다. 그렇게 해서 볼턴 같은 방해자들을 뛰어넘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비관이 절망으로, 그래서 협상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연철 ‘협상의 전략’)





정상원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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