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화 논쟁에서 빠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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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정규직화 논쟁에서 빠진 것

입력
2020.07.08 18:00
수정
2020.07.09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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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공정성 對 차별 해소 논란 비화 
강화된 정규직 지위 정당성 논쟁 빠져
정부, 공공부문 특권 해체 개혁 나서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직원들이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으로 출입을 하고 있다. 공사의 보안검색 요원 1100여명은 이날부터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로 6개월 정도 임시 편제된 뒤 서류전형 등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인천공항=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대책의 후속 조치로 지난달 공사가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1,902명)을 직접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해 당사자인 공사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는 물론이고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과 전문가, 정치인들이 가세하며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불만을 표시하는 쪽은 채용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노력한 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를 옹호하는 쪽은 취약계층 차별 해소의 시급성과 당위성에 방점을 찍는다. 정량화된 시험성적은 ‘능력’으로 포장된 계층 격차의 반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찬반 논리 모두 일리가 있지만 현실에선 전자의 분노가 호소력이 있는 모양새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뺐는 게 아니고 오히려 늘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의 해명보다 “새로 생기는 정규직 일자리는 모두에게 개방하고 공정 경쟁해야 한다”는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주장에 청년들이 환호하는 게 이 시대의 풍경이다.

223.9대 1(2020년 국가직 교육행정 9급), 158.7대 1(국가직 방재안전직 9급) 같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공무원의 시험 경쟁률을 감안하면,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청년들의 집착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스펙쌓기를 위한 ‘노오력’을 얼마나 열심히 기울였는가가 공정성의 유일한 잣대로 자리 잡는다면 갈등은 해소될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공공부문 정규직의 기득권 축소'라는 근본적 개혁 없이는 사생결단식의 ‘시험을 통한 양반 되기’를 둘러싼 시비는 해소되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사태의 폭발성을 키운 건 초임 4,500만원, 평균연봉 9,130만원이라는 공항공사 정규직의 노동시장 내 최상층 지위였다. 아쉬운 건 이번 사태 후 선발의 공정성 논란은 떠들썩했지만 국제공항사업 독점을 보장받은 대가로 공사가 매년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그 이익으로 고임금 체계를 유지하는게 합당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전무했다는 사실이다.  

노동유연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의 득세는 세계적으로 일자리를 중심부 일자리와 주변부 일자리로 분절시키는 이른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공공부문 중심부 일자리(정규직)의 지위가 특권 수준으로 강화된 게 특징이다. 안정된 고용, 풍족한 노후 보장에 처우도 크게 나아졌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임직원의 평균 보수는 지난해 기준 연 6,779만원, 월 564만원이고, 올해 우리나라 공무원 연평균 소득은 6,468만원, 월 539만원이다. 한국 임금노동자 전체의 35%가 월 200만원 미만, 70%가 월 300만원 미만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쥐꼬리 월급’이라는 항변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의 특권은 여전히 막강하다. 중세 봉건시대를 빗대 한국의 노동현장에는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같은 ‘성 안’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성 밖’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비유가 과장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의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옳고 선하다. 문제는 이 정부가 지속불가능한 공공부문 특권 유지에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개혁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호봉제의 직무급ㆍ성과급으로의 전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일원화 같은 특권의 해체야말로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나 임금피크제의 도입 과정에서 봤듯 연공급 약화 등 공공부문을 개혁하려 할 때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의 저항은 불보듯 뻔하다. 조직노동의 힘을 노골적으로 약화시키려 했던 보수정권의 이런 시도는 전 정권의 사례에서 보듯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 추진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확대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설득할 명분이 있다.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성’을 허무는 일을 방관한다면 ‘성’안으로 들어가려는 아귀다툼은 언제라도 되풀이 될 수 있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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