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 박스 우측에서 과감한 슈팅으로 결승골
… 팀 위기 구한 것도 닮아
이강인(19·발렌시아)의 벼락 같은 슈팅이 팀을 구했다. 꼭 10년 전 박지성(39·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연상케 하는 짜릿한 한방이었다.
8일(한국시간) 발렌시아는 홈인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2019~20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후반 44분 터진 이강인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4경기 연속 무승 사슬을 끊고 5경기 만에 승리를 맛봤다. 10위로 처졌던 리그 순위도 8위로 끌어올렸다.
발렌시아로서는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였다. 발렌시아는 지난달 30일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최근 4경기에서 1무 3패로 부진했다. 리그 순위는 1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이강인에게도 중요한 경기였다. 이강인은 셀라데스 감독 경질 이후 보로 곤살레스 감독대행 체제에서 치러진 2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올 시즌 줄어든 팀 내 입지와 최근 결장 등을 이유로 들며 이적설까지 제기했다. 이강인에겐 전환점이 필요했다.
이날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강인은 후반 18분 카를로스 솔레르(23)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3경기 만에 경기에 나선 이강인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후반 37분에는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오프사이드가 되긴 했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강인의 발끝이 빛난 건 후반 44분이었다. 페널티 박스 우측에서 제프리 콘도그비아(27)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강인은 간결한 드리블 이후 과감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지난해 9월 25일 헤타페전 이후 약 9개월 12일 만에 나온 시즌 2호골이자,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었다.
10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던 박지성을 연상케 하는 멋진 골이었다. 박지성은 10년 전인 2010년 11월 6일 홈인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2010~11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경기에서 홀로 2골을 터트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박지성의 ‘인생경기’로 꼽히는 이날 경기는 지금까지도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곤 한다. 당시 박지성도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 박스 우측에서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슈팅으로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렸다. 팀의 주축이었던 웨인 루니와 루이스 나니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맹활약을 펼쳤다.
한편 이강인은 경기가 끝난 후 유럽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7점을 부여 받았다. 30분도 채 뛰지 않았음에도 팀 내에서 3번째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 현지 매체의 호평도 잇따랐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이강인이 잃어버렸던 천재성을 되찾았다”며 칭찬했고 또 다른 매체 아스는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보물”이라며 극찬했다.
보로 감독대행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로 감독대행은 경기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강인은 수비라인을 깨고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뿌릴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모든 결정은 팀을 위한 결정이다”라며 “선수의 나이나 지금까지의 출전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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