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간 거쳐 내년 7월 6일 탈퇴 확정
보건 전문가들 반발... 공화당서도 비판
WHO, 코로나 '공기 전파' 가능성 인정
미국 국무부가 7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의 중국 편향성을 들어 탈퇴 엄포를 놓더니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동 대응 노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고,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승리시 재가입을 공언하면서 쟁점화에 나섰다.
외신들은 이날 "미 국무부의 WHO 탈퇴서가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됐다"고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의회는 대통령이 미국을 WHO에서 공식적으로 탈퇴시켰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공식 탈퇴는 통보 후 1년 후인 내년 7월 6일 확정된다. 이 기간에 탈퇴 통보가 번복될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CNN방송은 "탈퇴서는 3개 문장으로 매우 짧고 1년간의 탈퇴 시간표를 작동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WHO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다 미국 내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5월 29일 돌연 입장을 바꿔 미중 간 분담금 격차까지 거론하며 "완전히 중국의 통제 아래 있는 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WHO 때리기'가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여론 무마용이란 지적이 많았던 터라 이번 탈퇴 통보라는 초강수는 되레 부메랑이 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중보건 시스템이 약화하고 그 결과 미국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 규모인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개인 기부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미국이 글로벌 보건정보망 접근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잇단 유엔 기구 탈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미국은 유엔 산하 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 탈퇴에 이어 만국우편연합(UPU)에서도 빠지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WHO 탈퇴 결정에 대한 비난과 비판의 강도는 여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로렌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역사에서 대통령이 내린 최악의 파괴적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중보건 전문가 700여명은 탈퇴 번복을 촉구했다. 민주당에서 '미국 위험 우선주의'라는 비난이 나온 것은 물론 공화당 소속 라마 알렉산더 상원 보건위원회 위원장조차 "WHO의 실수를 살펴봐야겠지만 그건 위기가 끝난 후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의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건 직후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 직무 첫 날 WHO에 재가입하고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WHO 탈퇴 문제가 사실상 대선 이슈로도 번지고 있는 셈이다. 외교가에서 대선 결과에 따라 이번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한편, WHO는 이날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최근의 급격한 재확산과 관련해 비말(침방울) 전파를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주장해오던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손씻기와 거리두기 중심이었던 방역 수칙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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