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주의, 기득권층  이해 정당화 수단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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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주의, 기득권층  이해 정당화 수단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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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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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기억과 전망'  김용철 교수 특별 논문
'87년 체제' 30년, 기득권층 발언권 되레 늘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10일 서울 용산구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이고 일상적인 민주주의로 도약해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군부 독재 타파와 촛불혁명 등 적지 않은 성과에도 한국 민주주의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이와 관련 김용철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선,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간하는 민주주의 전문 학술지 ‘기억과 전망’ 여름호에 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한국민주주의’란 특집논문에서다.

좋은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들이 동등하게 정치적 영향력과 시민적 자유를 누릴 때 달성된다. 그러나 한국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치적 동등자’로서의 시민적 지위는 훼손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다.

주요 분석 자료로 활용되는 건 복합적으로 민주주의 상태를 측정하는 글로벌 지표인 ‘민주주의 다양성 프로젝트’(Varieties of Democracy Project, V-Dem)다. V-Dem에 따르면 한국은 민주화 직후인 1988년부터 지난 30년동안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및 시민적 자유의 격차’는 크게 줄어들지 못했음이 확인된다.


'기억과 전망 42호', 전남대 김용철 교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한국 민주주의' 논문 발췌. 


먼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시민적 자유의 차등화는 1988년 2.83(4점 만점)에서 2018년에 2.99로 평가돼 0.16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차등화는 오히려 후퇴했다. 1988년 2.43이던 수치는 2018년에 2.22로 떨어졌다.

김 교수는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동안 정치적 영향력과 시민적 자유의 차등화 현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민주주의가 더 이상 질적 발전을 하지 못하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일종의 발육 부진 상태에 빠지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취약점은 민주주의적 절차와 제도는 기득권층의 선호와 이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논문은 미국과 노르웨이의 사례를 비교하며 한국 민주주의 결함의 복합적인 원인도 규명한다. 일단 한국의 선거민주주의가 내용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사회경제적 소외집단의 의회에서의 대표성’을 분석해 보면 노르웨이는 2.35, 미국은 1.86인데 비해 한국은 0.95에 그친다. 이 지표는 일부의 의견이 매우 심각하게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기억과 전망 42호', 전남대 김용철 교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한국 민주주의' 논문 발췌.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노르웨이의 전면적 비례제와 달리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다수제적 성격이 강하고 △지역주의 정당 체제가 지속되며 △정치 효용성을 신뢰하지 않는 약자 계급 스스로 정치 참여를 포기하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이에 더해 권력통제 레짐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 ‘시민사회의 자율성’, ‘사법부의 독립성’,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감시와 견제 절차의 보유 수준을 뜻하는 ‘의회의 효과성’이 미국이나 노르웨이에 비해 낮았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는 ‘시민 없이’ 작동돼 외부 정치 세력의 압박에 노출되기 쉽고 △사법부는 전관예우란 인치적 관행에 물들어 특권을 수호하고 △국회 역시 정당정치의 낮은 제도화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억과 전망 42호', 전남대 김용철 교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한국 민주주의' 논문 발췌.


그렇다면 어떤 보완이 필요할까. 김 교수는 다수제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 변경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2019년 12월 국회가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공정한 대표성을 성취하기엔 불충분한 제도일뿐더러, 거대정당들이 꼼수로 설립한 위성정당으로 애초 목적이 무력화됐다고 비판한다. 이와 함께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특혜적 규범을 제도적 차단하고 정당정치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민주화 역시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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