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ㆍ러시아 인권유린 49곳 대상
실효성은 불투명... 美 "英 리더십 환영"
영국이 강제 노동과 고문, 살인 등으로 악명 높은 북한 강제노동수용소 관련 2개 기관을 제재하기로 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ㆍ미얀마의 인권 유린 사건에 연계된 개인 47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영국이 국제기구나 미국 주도가 아닌 독자적으로 인권 침해와 관련한 제재 방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인권 학대 등을 자행한 개인과 기관 등 49곳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놨다. 북한 강제노동수용소 기관 외에도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된 인물 20명이 제재 목록에 올랐다. 러시아 고위 관리 비리를 폭로한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의문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인 25명, 미얀마 '로힝야 대학살'에 개입한 미얀마 장관 2명 역시 제재를 받게 된다. 이번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영국 입국이 금지되고 영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영국은 폭군의 폭력배와 독재자의 심복에 맞서고, 부정하게 얻은 수익을 세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에서 인권을 위반한 개인이나 기관을 제재하고, 학대를 통해 올린 재정적 수익을 동결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영국은 그간 유엔이나 유럽연합(EU) 일원으로 공동 제재에 참여해오다 EU 탈퇴 이후 첫 독자 제재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2018년 제정한 '제재 및 자금세탁방지법'에 근거하고 있다.
다만 제재 실효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BBC는 "제재 대상자의 영국 내 자산이 있는지 등 세부 내용 파악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캐나다, EU 등이 비슷한 제재를 결정해야 효과가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제재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라브 장관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충돌을 감안한 결정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중대한 국익을 위해 기꺼이 (인권 학대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답했다. 제재 명단은 일관적인 기준을 유지할 예정이므로 추가 지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영국의 독자 제재를 크게 반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인권 촉진 및 보호에 대한 영국의 국제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7~9일)을 앞두고 북한이 가장 꺼리는 인권 문제 관련 입장을 재차 밝혀 우회적인 압박 메시지로도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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