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중도로 살다' 내놓은 도법 스님
"이 그림을 한 번 보세요. 가운데 작은 동그라미를 기준으로 아래쪽엔 사람, 오른쪽은 네 발 짐승, 왼쪽은 새와 물고기, 위쪽엔 나무가 연결돼 있습니다. 그 위로 떠 있는 점 두 개는 해와 달입니다. 우주 삼라만상을 시각화한 이 '생명평화무늬'에 불교의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만난 도법(71) 스님이 책 표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붓다, 중도로 살다'란 제목으로 도법 스님이 낸 신간 표지엔 생명평화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 문양은 도법 스님과 생명평화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전 홍익대 교수가 만들었다. 채식, 동물보호 등 생태계 이슈에 관심이 많은 가수 이효리가 새긴 문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효리 타투'라고도 불린다.
도법 스님은 이 생명평화무늬를 두고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의 메시지도 결국 이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 무늬는 인간과 자연 등 우주의 모든 존재는 그물코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이는 붓다의 가르침 '중도(中道)'에 직결된다. 중도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물코처럼 연결된 우리,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중도의 길을 걸을 때 국가, 인종, 종교, 정치이념 간 다툼을 넘어설 수 있다. 도법 스님은 "붓다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6년간 고행을 했음에도 결국 실패했는데, 중도를 이해하자 비로소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생명평화무늬는 그 자체가 불교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걸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라며 "이 그림을 보면 불교의 의미가 명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의 표지에다 쓴 것도 그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를 덮친 지금, 이 그림의 의미는 더 커졌다. 도법 스님은 "코로나19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에 대한 무지와 착각 때문에 일어난 재난"이라면서 "(위기 해결을 위해선) 깨달음을 얻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론 모든 우주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걸 망각하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쫓다 보니 코로나19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당장 여기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도법 스님은 "우리는 '깨달음'이라면 먼 훗날 도달해야 할 어떤 특별한 목적지로 여겨 왔는데, 그보다는 지금 당장 살아내야 할 삶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깨달음, 실천을 어디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살아가는 매순간 알고 느끼고 배운 것을 조금씩이라도 행하는 것 자체가 불교가 말하는 수행이란 뜻이다.
그렇기에 도법 스님은 "불교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쓴 것도 불교에 대해 잘 몰라도, 심지어 불교 신자가 아니라 해도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붓다 스스로도 '나의 가르침은 누구나 바로 이해할수 있고, 실현 가능하며, 증명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저 멀리서 깨달음을 따로 찾을 게 아니라 일상에서 붓다처럼 삽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