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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한 헌신에  감사하며

입력
2020.07.07 04:30
수정
2020.07.07 10: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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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육군 제36보병사단 평창대대 호국관에서 열린 6·25 전사자 유해발굴 개토식. 연합뉴스

2일 육군 제36보병사단 평창대대 호국관에서 열린 6·25 전사자 유해발굴 개토식. 연합뉴스


저는 6ㆍ25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사하신 고 김진구 하사의 아들입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던 아이가 벌써 70세가 되었네요. 아버지는 제게 빛 바랜 사진 속 막연하게 그리운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시작된 ‘화살머리고지 전사자 유해발굴’을 통해 저는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6월 안장식장에서 어머니는 그리움 때문인지 아버지 영정을 붙들고 한참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어머니는 오래 전 아버지의 전사 소식을 듣고도 믿지 않으셨고, 외롭게 홀로 수십 년을 기다리셨거든요. 어머니는 연세가 드실수록 "남편 무덤이 없으니까 내 죽거든 선산에 묻지 말고 화장해 뿌려라"라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이런 어머니 말씀에 매일 가슴이 미어졌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꼭 아버지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저는 지난해 국립현충원에 갔다가 ‘유가족 유전자 시료채취’를 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6ㆍ25전쟁 때 미수습된 유해를 찾는 중이고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해서 저 같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때 참여하길 잘했지요. 만약 그때 그냥 지나쳤다면 이렇게 70년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시는 감격스러운 시간이 올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저는 국방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6ㆍ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그간 그리워만 했던 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습니다. 국방부는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를 접수 중이었고 이번에 저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유해를 찾아도 신원확인이 안 되면 가족의 품에 모실 수 없으니까요. 특히 미수습 전사자 기준 ‘친ㆍ외가 8촌’까지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들에게 너무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6ㆍ25 전사자 중 수습되지 못하신 분이 13만명 이상이나 된다고 하니 아마 부지불식간에 많은 분들이 시료채취 참여 대상일 겁니다.

또한 국방부는 6ㆍ25 전사자 유해의 신원확인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4월 유전자 시료를 제공한 유가족분들께 드리는 포상금 제도를 법제화했다고 합니다. 올해 아버지의 신원확인을 통보 받은 저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포상금 제도가 법제화되기 전에 국방부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신 유가족분들은 아마 안타깝게 이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70여년 만에 남편과 아버지를 찾은 어머니나 저는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러워 더 이상 어떠한 바람도 없습니다. 다만 보다 많은 유가족분들이 저희가 받았던 좋은 제도와 혜택 그리고 명예로운 행사들을 받으셔서 마음의 위로가 되고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또한 나아가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6ㆍ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전사자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료채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김대락

김대락


김대락 화살머리고지 전사자 故 김진구 하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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