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보호지역 지정부터 난관
제주 하논분화구가 원시적 생물서식 환경과 풍부한 생물다양성 등 습지보호지역 지정 요건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하지만 해당 지역 토지주들의 반발로 하논분화구 보전ㆍ복원 사업의 첫 단계인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제주도의 의뢰로 제주대학교 연구진이 실시한 ‘하논분화구 습지주변 생태계 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하논분화구에는 총 729종의 생물이 서식 또는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생물 중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매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물고사리, 삼백초 2종, 새매, 흑두루미, 잿빛개구리매, 큰말똥가리 등이 확인됐다. 또 하논분화구 습지에 예부터 다량의 샘물이 솟아 나왔고 고려시대 후반에서 또는 조선시대 초반부터 논으로 활용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제주대 연구진은 하논분화구의 습지보호지역 부합 여부를 검토한 결과 원시적 생물 서식 환경 간직 및 생물다양성 풍부,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ㆍ도래, 국내 최대 규모의 마르(Maarㆍ분화구 바닥이 지표면보다 낮은 화산체)형 분화구로 특이한 지형적 가치 등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에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 결과에도 하논분화구에 대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토지주와 지역 주민들과 협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토지주들이 토지 보상 등을 이유로 지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논분화구 전체 면적이 98%는 사유지로 파악됐다.
이처럼 하논분화구 보전ㆍ복원 사업의 첫 단계인 습지보호지역 지정도 쉽지 않아, 하논분화구 보전ㆍ복원 사업 역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하논분화구는 동서 방향 1.8㎞, 남북 방향 1.3㎞의 마르형으로 오랜 기간 내부가 연못이나 습지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만 년가량 퇴적물이 보전된 곳으로 고식생학 고생물학 기후학 등에서 연구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하논의 학술 가치를 인정해 복원ㆍ보전 사업을 도에 제안했고, 도는 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지역 공약으로 하논분화구 보전ㆍ복원 사업 추진을 밝히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도는 앞서 2018년부터 2029년까지 12년 동안 국비 2,612억원, 지방비 14억원 등 2,626억원을 투입해 하논분화구 118만8,400㎡를 습지로 복원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도는 우선 하논 분화구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통해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할 구상이었지만, 토지주 등의 반대로 사업 첫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직면한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화논분화구에 대한 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은 토지주와 지역주민들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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