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다양한 현안 언급 여론 풍향계 맡을 듯
정의용 미국, 임종석 북한 메시지 통로 활용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문정인ㆍ정의용ㆍ임종석 3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체제를 갖춘다. 문정인 특보가 ‘물 위'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문 정부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면,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임종석)과 국가안보실장(정의용)을 역임한 두 인사는 '물 밑'에서 북한 미국에 정부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르면 6일 정의용 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외교안보특보로 임명한다. 특보의 역할과 임무는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대통령비서실 직제법상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은 해당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필요와 상황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인근 건물에 특보 사무실은 마련되지만 무보수 명예직이다.
역할을 정의할 수는 없어도 세 사람의 활동 영역과 방식은 판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특보는 일종의 ‘스피커’ 역할을 그대로 수행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폭넓은 한ㆍ미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주한미군 주둔 여부' 등 외교안보상 민감한 이슈를 먼저 언급하는 식으로 여론을 살피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이 컸다.
그러나 현직에서 바로 자리를 옮기는 정 실장에게 비슷한 행보를 기대할 수는 없어 보인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문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사령탑을 맡아온 정 실장의 말 한 마디 파급력은 문 특보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3일 이임사에서도 “재직하면서 겪은 일들에 대해 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경우도 국정철학 및 대북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십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며 쌓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대북 특사 등을 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의 전ㆍ현직 고위 참모가 특보에 임명되면서 외교ㆍ통일ㆍ국방부 장관과 같은 공식 외교안보 라인과 지분 갈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비록 국정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 특보들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상대적으로 대미 업무에 취약해서 보완, 보충을 위해 정 실장을 특보로 투입한 것이니 어느 정도 업무 분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특보 임명 목적이 '자문'에 있는 만큼 공식 외교안보라인과 업무상 혼선을 빚거나 긴장관계를 형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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