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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등록금 반환 추경 예산 1000억... "자구 노력  대학에 조건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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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등록금 반환 추경 예산 1000억... "자구 노력  대학에 조건부 지원"

입력
2020.07.06 01:00
수정
2020.07.06 01:09
8면
0 0

"지원 받으려면 대학이 먼저 반환해야"
재원 마련ㆍ재정? 꼼꼼이 따져 수시배정
교육부 반환 권고안, 학생 요구 못 미칠 듯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논란이 일고 있는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한 간접 지원 예산은 불과 1,000억원이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요구한 관련 예산 2,718억원에서 1,718억원을 싹둑 잘라낸 액수다. 267만명 안팎(2019년 기준)에 달하는 대학생들에게 1인당 3만~4만원 돌려줄 수 있는 소액이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25% 수준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액이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가 세금으로 돌려주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등록금을 받은 대학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재정당국의 의견이 대폭 개진된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정부는 이번 3차 추경에 등록금 반환에 책임을 대학에 부과하는 부대의견이 달았고, 추경 예산 집행도 일괄지급이 아닌 대학별 반환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수시배정’을 하겠다고 나섰다. 


3차 추경예산안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3차 추경예산안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추경 부대의견 "등록금 반환 노력은 대학이 우선"

추경 통과에 조건으로 붙은 부대의견에서 ‘등록금 반환 책임은 대학이 우선’이라는 정부 기조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5일 정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당정은 이번 3차 추경에서 ‘대학 비대면교육 긴급 지원사업’으로 1,000억원을 편성하면서  대학의 △특별 장학금 등 지급실적 △대학생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각 대학의 고통분담을 통한 실질적 자구노력 정도 △각 대학의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부 집행계획을 미리 수립한다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는 일단 대학들이 인건비를 깎든 경상경비를 줄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재원을 마련해 등록금을 반환할 경우, 정부가 재정요건이 좋지 않은 곳에 추경에서 마련한 재원 1,000억원을 풀겠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등록금을 실제로 반환한 대학에 한해서, 그것도 재정 여건이 악화한 대학들에 대한 조건부 지원인 셈”이라고 풀이했다.

추경 예산의 용도도 제한한다. 등록금을 반환한 대학들이 사후적으로 추경 예산을 지원받아 보충할 수 없도록 디지털ㆍ온라인 교육 확충 등에 한해 예산을 집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학기 수업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며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는 지적에 등록금 반환 문제가 대두됐고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감안하면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가 이어질 전망이 우세한 만큼, 양질의 디지털 강의를 준비하는 대학에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등록금 반환 간접 지원을 위한 추경 예산을 푸는 방식도 보다 깐깐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선 대학들의 등록금 반환 집행계획을 교육부가 만들면 이를 바탕으로 기재부가 집행계획을 승인한다”며 “그 집행계획대로 대학들이 각자 재원을 마련하고 등록금을 반환하면, 기재부는 다시 재원 마련 방식과 대학의 재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경 예산을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추경 예산 부대의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기재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반환을 건건별로 들여다보고 예산을 수시배정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집행 구조는 조만간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시배정은 조건에 딱 맞는 데만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것으로, 등록금 반환 간접 지원 추경 예산 1,000억원이 모두 대학에 지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사학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다 쓰지 못할 경우 불용예산으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립금 상위 12~13개 대학 정부 지원 못 받을 듯

대학의 ‘자구노력’을 요구한 정부의 입장은 각 대학이 보유한 교비회계 적립금을 등록금 반환 재원으로 사용하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정부 관계자는 “적립금으로 등록금 반환 재원으로 사용한 대학들에게만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관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학의 재정상태 점검=예산 지원의 선결 조건'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아직 추경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적립금 기준은 명확하게 정해지진 않은 상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적립금이 500억원 이상인 대학, 기재부는 200억원 이상인 대학엔 예산을 풀지 않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만약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위 10여개 사립대는 모두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대학알리미의 2018년 사립대 교비회계 현황에 따르면 상위 12개 대학의 적립금은 모두 5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대학 적립금 현황이 ‘극과 극’인 만큼 정부 지원 기준을 놓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립대 적립금 1위 홍익대가 7,796억원, 이번에 등록금의 8.3%를 반환하기로 한 건국대의 적립금이 772억원으로 11위다. 13위인 서강대는 452억원, 14위인 한국외대는 141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등록금반환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스1

등록금반환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스1


공은 다시 대학으로…학생들은 “등록금 25% 반환” 요구

등록금 반환을 위한 정부 지원 예산이 1,000억원으로 확정되면서 공은 대학들에 넘겨진 상태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이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번 추경 부대의견으로 명확해졌다.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지원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등록금 25%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 42개 대학 3,500명의 학생들은 지난 1일 교육부와 대학들을 상대로 상반기 등록금의 약 25%(사립대 100만원ㆍ국공립대 50만원)를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만 등록금반환운동본부의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운영위원장은 “교육부의 등록금 반환 권고안이 나올 텐데 학생들의 요구안에는 턱없이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 예산만 보면 과연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등록금 반환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박소영 기자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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