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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북한군 뇌물로 모든 걸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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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북한군 뇌물로 모든 걸 해결”

입력
2020.07.05 13:00
수정
2020.07.05 15:51
0 0

WSJ, 2017년 귀순 탈북 병사 인터뷰

지난달 23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돈이 없어서 비무장지대(DMZ) 초소 경계근무를 며칠간 잠도 못자고 혼자 하곤 했다. 돈 있는 동료 병사들은 지휘관에게 뇌물을 주고 훈련과 근무에서 빠졌다."

DMZ 북한군 부대에서 병사로 근무하다 2017년 말 남한으로 귀순한 노철민씨가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DMZ 북한군 부대의 부패 실상을 전했다. 노씨는 2017년 하반기 DMZ 내 부대에 배치된 지 약 3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에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노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최전방인 DMZ에 배치됐을 당시 기대가 좌절로 바뀐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최정예 부대원으로 구성된  그곳에 배치될 때만 해도 충분한 배식과 조직화된 훈련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부대 배치 후 첫 사격훈련에 나갔을 때 부대원 중 훈련에 나온 이는 노씨뿐이었다. 모두 상관에게 뇌물을 주고 훈련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한 달에 150달러(약 18만원)면 추운 곳에서 근무하지 않고 따뜻한 옷과 충분한 음식을 구할 수 있었다. 거기에 승진도 돈으로 가능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노씨는 좌절감만 느껴야 했다. 영하 40도 밑으로 떨어진 한파 속에서 13시간 경계 근무를 서야 했고 제대로 된 음식도 먹기 어려웠다. 상관들이 부대에 보급된 쌀을 근처 시장에 내다 팔아 병사들은 값싼 옥수수죽을 먹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 바람에 키가 약 173cm인 그는 부대 배치 후 체중이 41kg까지 줄었다.

한때 공산당원을 꿈꿨던 노씨는 "나 자신을 위한 미래를 내다 볼 수 없었다"면서 "거기(군 부대)는 무법상태였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귀순을 결정하기 전 상관들로부터 쌀과자를 훔쳤다는 누명을 써 구타를 당하고 자아비판에 내몰리기도 했다. 

2017년 12월 어느 날 DMZ 초소로 가던 길에 소총 개머리판으로 철조망을 걷어 올리고 그 밑을 기어 나와 남쪽으로 내달렸다. 지뢰를 밟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하면서 뛰었다.  귀순 당시 그는 소총과 실탄 90발, 수류탄 2개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 노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며 주말에는 웨딩홀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북한에 남은 가족 안전을 생각하면 늘 고통스럽고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에 몰입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매일 (북한에 대해) 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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