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김연환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당뇨발 재건 수술로 83.4%를 되살려
무릎 아래 절단하면 5년 내 78% 사망
교통사고나 수술, 질환 등으로 다리ㆍ발 등을 수술하면 변형되거나 결손될 수 있다. 환자는 그럼에도 변형되거나 결손된 신체 부위를 원상 회복하기 위한 ‘재건 수술’을 잘 하지 않으려 한다. 한 번 수술로 수술에 대한 공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리ㆍ발의 재건 수술을 시행하면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좋아진다. 특히 당뇨발의 경우 재건 수술을 받은 뒤 기대 수명이 2배가량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下肢) 재건과 미세 수술 전문가’인 김연환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피부 조직을 전부 떼내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피판술이 보통 6~8시간 걸리지만 김 교수는 2~3시간 만에 끝낼 정도로 뛰어난 의술 보유자다. 김 교수는 “국내 재건 수술 기술이 유럽ㆍ미국 등 의료 선진국보다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수술 성공률도 높은 데다 수술 시간도 줄여 환자가 빨리 회복할 뿐만 아니라 기능ㆍ미용적으로도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하지 재건 수술은 어떤 때 시행하나.
“이전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다발성 하지 손상, 화상이나 산업 재해, 암에 의한 결손, 당뇨발 등으로 인한 심한 감염 등으로 피부나 혈관ㆍ힘줄 등 연부(軟部) 조직이 크게 결손되면 대개 다리를 잘라냈다. 장시간 수술과 긴 회복기간, 낮은 수술 성공률 등으로 인해 손쉬운 ‘무릎 하방 절단술’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ㆍ다리가 크게 결손되면 되도록 다리를 살리는 수술을 시행한다. 환자의 다른 부위 혈관(동맥, 정맥)을 포함한 피부 조직 전체(피판)를 떼내 피부 결손 부위와 연결하는 ‘유리피판술(遊離皮瓣術ㆍfree flap)’을 시행한다. 이 수술법은 미세 현미경을 보면서 시행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최근 미세 재건 수술과 함께 수술 전 혈류 검사와 미세 수술 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하지 재건 수술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수술 시간도 상당히 단축돼 수술 거부감도 크게 줄었다.”
-하지 재건 수술법은 어떻게 있나.
“기본적으로 피부이식술과 피판술으로 분류할 수 있다. 피부이식술은 피부이식편 두께에 따라 ‘부분층 피부이식술’과 ‘전층 피부이식술’로 나뉜다. 부분층 피부이식술은 피부 표피층과 일부 진피층만 포함할 때를 말한다. 이 이식술에는 대부분의 피부에서 부분적으로 채취하기에 자연 치유된다. 피부를 깊숙이 채취해 이식하는 전층 피부이식수술은 상처 치유에 두꺼운 피부가 필요할 때 시행한다. 이 이식술에는 신체 일부만 쓰이고 게다가 한 번밖에 채취할 수 없다. 수술 시간이 짧고 2주 이내 회복하는데, 수술 후 상처 바닥에서 혈관이 자라 이식부가 생착된다.
하지만 상처 부위에 뼈ㆍ인대 등 주요 구조물이 노출됐다면 피부이식술을 했을 때 피부가 바닥에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가기에 이럴 때에는 피판술을 시행한다. 피판술은 피부이식술과 달리 두꺼운 지방층이나 근육, 혈관(동맥, 정맥) 등 피부 조직을 모두 옮기는 수술이다.
피판술 가운데 원래 위치에 있던 조직을 모두 떼어 내 다른 결손 부위로 옮겨 심는 수술인 유리피판술은 가장 발전된 형태다. 사고로 다리 살점이 크게 떨어져 나갔을 때 환자의 옆구리나 허벅지, 뱃살 등을 떼내 다리에 이식하게 된다. 이때 1~2㎜의 미세 혈관을 잇기 위해 미세 현미경을 이용하기에 ‘미세 재건 수술’이라고도 한다. 피판술은 수술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미세 현미경을 보면서 혈관을 이어 줘야 하므로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만 시행할 수 있다. 이전에는 피판술을 시행할 때 근육ㆍ피부를 함께 가져가는 방식이 주로 시행돼 피판이 두꺼워져 미용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조직을 떼낸 자리에 근육이 결손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근육을 떼내지 않고 근육을 뚫고 올라오는 미세 혈관인 천공지(穿孔紙ㆍperforator)를 포함한 피부만 쓰는 ‘천공지피판술’이 주로 시행된다. 유리피판술이 1~2㎜의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인데 비해 천공지피판술은 0.8㎜ 이하의 미세 혈관을 다루는 고난도 수술이다. 기존 근육 피판이나 근육 피부 피판술에 비해 수술이 훨씬 오래 걸렸지만 수술 성공률이 최근 92~99%까지 높아졌다.
천공지피판술에서 많이 쓰이는 부위는 대퇴 허벅지, 서혜부(사타구니), 하복부, 옆구리 등이다. 살을 떼낸 자리는 양측으로 당겨서 꿰맨다. 자신의 몸 일부를 이식하기에 수술 후 면역억제제 같은 약을 먹을 필요도 없다. 하복부 조직은 지방층이 두꺼워 다리 재건에는 잘 쓰지 않는다. 허벅지 앞쪽과 바깥쪽에서 피부ㆍ연부 조직을 떼내 이식하면 비교적 큰 범위 결손을 재건할 수 있다. 허벅지가 다리 조직과 비슷해 이질감이 덜하지만 허벅지에 긴 흉터가 남는 것이 흠이다. 옆구리 살을 이용하면 큰 결손을 재건하더라도 흉터를 숨길 수 있다. 또한 서혜부와 그 주변의 피판도 흉터를 숨길 수 있어 최근 많이 쓰이고 있다.”
-최근 당뇨발 재건 수술이 늘고 있다는데.
“고령화로 당뇨병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이 당뇨성 궤양이나 당뇨발이 생긴다. 30초마다 당뇨병에 의한 절단 수술이 진행된다. 또한 무릎 아래를 절단하면 5년 내에 사망할 확률이 78%나 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당뇨발을 살리는 것은 삶의 질 개선뿐만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된다.
당뇨발 재건은 암 수술이나 사고 후 재건 수술과 조금 다르다. 수술은 유리피판술과 천공지피판술 등을 시행하지만 다학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뇨발을 고치려는 유리피판술 성공률은 92%이고, 다리를 되살린 경우가 83.4%나 된다. 하지 재건 유리피판술이 98%의 수술 성공률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다소 떨어지지만 이는 당뇨병 자체가 혈관을 침범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또한 혈관이 막혀 하방 혈류가 확보되지 않으면 혈관 중재 시술(영상의학과)이나 우회 수술(혈관 외과)이 필요하고, 뼈ㆍ인대 감염 등을 평가하고 수술로 감염원을 제거하고 재건하는(성형외과, 정형외과) 수술팀이 필요하다. 수술 전 후 혈당 조절과 투석 치료 계획(내분비대사내과, 신장내과)과 적절한 항생제 조절ㆍ투여(감염내과)가 이루어지면 당뇨발의 성공적인 재건이 가능하다. 재건 후 환자의 변형된 발을 위한 보조기나 사후 관리, 재활 등을 위해 관절 재활의학과 및 정형외과가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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