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원 춘천의 강촌유원지에 메밀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늦은 밤에 찾아갔다. 강촌은 MT명소라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비지만 밤이 꽤 깊어서인지 달빛만 조용히 나를 반겨주었다.
메밀꽃을 보면 이효석 작가가 쓴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른다. 장돌뱅이 허 생원이 장에서 만난 동료들과 밤길을 걷다가 메밀꽃밭을 “소금을 뿌린 듯 눈이 부시다”라고 표현한다. 여름이면 피는 메밀꽃은 낮에는 풍성한 녹색 잎에 가려 존재감이 없지만, 밤이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 달빛을 받으며 넓은 대지에서 흔들리는 하얀색 메밀꽃은 한 송이 한 송이가 빛을 발하며 숨이 멎을 만큼 장관을 연출한다. 그 순간 왜 ‘메밀꽃을 소금을 뿌린 듯 하얗다’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까만 밤 눈부시게 하얀 메밀꽃에 취해 사잇길을 걷다 보니, 내가 허 생원 일행과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 길을 따라 꿈에도 못 잊던 여인을 만나러 가는 허 생원은 얼마나 마음이 설레였을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