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찾아 진상조사ㆍ징계 요구했지만
시, "선수단 해외있어 어렵다" 차일피일 미뤄?
4개월만에 체육회 열고 감독 직무정지
철인 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이던 경북 경주시 지도자와 선배들로부터 폭행과 가혹 행위에 시달렸다는 의혹과 관련, 최 선수의 아버지가 지난 2월 시청을 찾아가 진상규명을 요구를 했지만 경주시는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가 사태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과 함께 범죄를 묵인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3일 경주시와 최 선수 가족 등에 따르면 아버지 최영희(55)씨는 지난 2월 6일 경주시청을 직접 찾아 딸이 당한 일을 전달하며 진상조사와 함께 가혹행위 가담자에 대한 시 차원의 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도 회신이 없자 아버지 최씨는 시청에 전화해 따졌다. 당시 경주시 담당자는 "수천 만원을 들여 해외 훈련을 보냈는데, 어떻게 중간에 귀국시킬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경북 칠곡군체육회 레슬링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던 아버지 최씨의 진정에도 경주시가 움직이지 않자, 최 선수는 3월 5일 감독 등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소했고, 같은 달 11일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 4월 2일 경찰에서 수사협조 공문이 오고 나서야 감독, 팀닥터 등이 고소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경찰의 수사협조 공문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3월 16일 귀국한 선수단은 곧바로 코로나19로 격리됐다"며 "검찰의 사건 처리 결과에 따라 행정 처리를 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경주시가 팔을 걷어붙인 건 아버지 최씨가 진상조사를 요구한 때로부터 약 4개월, 경찰의 수사협조 공문을 받은 지 꼭 3개월만이던 지난 2일이었다. 시는 경주시체육회와 함께 운영위원회를 열고 감독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최 선수는 이보다 6일 전인, 지난달 26일 부산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날 애도문을 내고 "트라이애슬론 선수단이 소속은 경주시청이지만 경산시에 숙소를 두고 훈련을 해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못했다"며 관리 감독 부실을 인정했다. 트라이애슬론팀은 2013년부터 경북도체육회에서 경주시청으로 소속이 변경됐다. 당시 감독을 비롯해 경산의 훈련장과 숙소 등은 그대로인 채 소속만 바뀌었다.
주 시장은 "폭행당사자인 팀 닥터(운동처방사)에 대해서도 추가조사 후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이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시는 팀 해체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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