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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가 된 검찰 공소권 통제 장치

입력
2020.07.03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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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 하에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린 3일 오후 지검 사무국장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 하에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린 3일 오후 지검 사무국장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2개의 외부 자문기구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나는 서울중앙지검이 10일쯤 개최할 예정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고, 다른 하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소집하려는 전문수사자문단이다. 아직 낯선 제도들인데 일선 검찰청에는 비슷한 성격의 검찰시민위원회까지 운영되고 있어 혼선이 적지 않다.

□2008년 한국식 재판배심제인 국민참여재판 도입 이후 검찰 수사 및 공소제기가 이뤄지는 재판 전 단계로도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그 결과 기소 및 영장청구 등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검찰시민위가 2010년 도입됐다. 일선 검찰청에 설치된 검찰시민위는 만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직업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다양한 분야의 시민 11~60명을 위촉해 운영한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1월 자체 검찰 개혁방안으로 설치한 수사심의위는 검찰시민위와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보다 급이 격상된 국민 참여 기구다. 검사의 요청으로 가동되는 검찰시민위와 달리 수사심의위는 사건관계인이 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해당 검찰청 검찰시민위원들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게 흥미롭다. 수사심의위는 사법제도에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회 각계 전문가 150~250명으로 구성된다. 2018년부터 운영한 전문수사자문단은 대검과 일선 검찰청 의견이 갈려 전문적인 협의ㆍ판단이 필요할 때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기구다. 수사자문단은 7~13명으로 구성되며, 단원은 현직 검사와 변호사, 법학 교수 등이다. 인적 구성상 수사자문단이 법리를 따진다면 수사심의위는 여론의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다.

□외국 입법례로는 기소배심(grand jury)이 있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기소배심에 의한 기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무작위로 선정된 16~23명 배심원으로 구성된 기소배심이 법원마다 설치돼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배심 결정이 강제적 효력이 있는 반면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은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 가뜩이나 우리의 검찰 공소권 통제 장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에 같은 사건을 두고 동시에 소집되면서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강남의 귤이 위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재판 전 단계 국민의 참여를 늘리겠다고 만든 제도가 검찰 내분에까지 이용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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