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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덕에 미운오리에서 백조가 된 렘데시비르

입력
2020.07.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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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다 효능 없자 개발 중단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전 세계 쟁탈전 벌어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특례 수입된 렘데시비르를 1일부터 공급한다. 렘데시비르는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게 투약될 예정이다. 사진은 렘데시비르의 모습. 뉴스1(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특례 수입된 렘데시비르를 1일부터 공급한다. 렘데시비르는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게 투약될 예정이다. 사진은 렘데시비르의 모습. 뉴스1(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한때는 쓸모없게 될 줄 알았던 '렘데시비르'를 두고 이제 전 세계가 물량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단축에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도 1일부터 도입됐죠. 렘데시비르가 어떻게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환자에게 우선 공급되는지 시시콜콜 알아봤습니다.

코로나19치료 필수의약품으로 제2의 전성기 맞아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2013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할 당시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입니다. 하지만 정작 에볼라 치료에는 별 효능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대로 개발이 중단되는가 싶었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특성 덕분에 메르스 증후군(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에 효능을 보이며 '혹시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한 겁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F)이 주도한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환자 입원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약 31% 줄인다는 긍정적 결과가 나왔는데요.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승인이 난 이후 한 달 만에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 렘데시비르를 특례 수입하기로 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렘데시비르, 코로나19 정식 치료제는 아니다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관계자가 수입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공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특례수입을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관계자가 수입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공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특례수입을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연합뉴스


렘데시비르가 마치 코로나19 상황을 끝장낼 거란 기대는 잘못입니다. 코로나19의 정식 치료제도 백신도 아니기 때문인데요. FDA의 긴급승인도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 내릴 수 있는 조처' 이죠. 정식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니지만, 중증환자에 국한해 처방할 수는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 식약처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에서도 렘데시비를 사용하도록 조치한 점도 고려됐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질병관리본부는 렘데시비르 투약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단순히 약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렘데시비르 투약 대상은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흉부 엑스선 또는 CT상 폐렴 소견) △산소포화도가 94% 이하로 떨어진 상태 △산소치료를 하는 환자 △증상발생 후 10일이 지나지 않은 환자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해요.

투약 대상자를 결정하는 방법은 먼저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국립중앙의료원에 요청을 해야 하고요. 요청을 받은 국립중앙의료원은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결정한다고 해요.

투약 기간도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요. 5일 동안 6병을 투약하는 게 원칙이지만, 전체 투약 기간이 최대 10일을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질본은 이번 달까지는 렘데시비르 무상공급 물량을 확보했다고 1일 밝혔지요. 다음 달부터는 가격 협상을 통해 사올 계획인데요. 이번 계약에서 정확히 얼마나 도입되는지는 길리어드사와 계약 조건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어요.

렘데시비르 물량 확보 싸움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시작은 미국이었죠. 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이 7월 생산 예상량의 100%를 샀고, 8월과 9월 생산량의 90%를 확보했어요. 50만회 이상의 분량이죠. 앤드루 힐 영국 리버풀대 선임객원연구원은 이를 두고 "단일 국가가 전체 약품 공급량을 가져간 상황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죠. 유럽도 질세라 물량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렘데시비르 확보를 위해 길리어드사와 물량 확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어요. 

"병상 확보 효과 한정적", "아시아인에게 효과 있나"?렘데시비르의 한계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특례 수입된 렘데시비르를 1일부터 공급한다. 렘데시비르는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게 투약될 예정이다. 사진은 렘데시비르의 모습. 뉴스1(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특례 수입된 렘데시비르를 1일부터 공급한다. 렘데시비르는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게 투약될 예정이다. 사진은 렘데시비르의 모습. 뉴스1(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렘데시비르 도입 소식에 일각에서는 "입원 환자 회복 기간이 줄어들 테니 병상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커졌지요. 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는데요.

우선 렘데시비르 투약 대상 자체가 많지 않고요. 회복 기간이 31% 단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의 중환자 병상 확보에는 실익이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또 렘데시비르가 에크모(ECMO·체외막산소요법)가 필요할 정도로 위중한 환자에게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요. 아시아인에게는 치료 효과가 뚜렷하게 연구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히는데요. 그래도 질본은 렘데시비르에 대해 "여러 임상시험에서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또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불명확했지만 사망률을 줄이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어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렘데시비르.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을 코로나19로부터 얼마큼 지켜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나아가 각국 보건 당국과 전 세계 제약회사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힘쓰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도 종식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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