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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방광암 치료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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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방광암 치료의 모든 것

입력
2020.07.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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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오종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오종진 교수.

# 두 달 전부터 소변볼 때 피가 비치는 것 같다던 71세 이모씨. 처음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소변볼 때 간지럽고 혈뇨가 자주 발생하면서 혈액이 응고된 덩어리로 나오는 듯한 증상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핏덩이가 막혔다 다량으로 나오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결국 비뇨의학과를 찾은 이씨는 검사 결과 방광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이 씨의 증상과 나이, 무엇보다도 40대 초반부터 약 30년 동안 담배를 피워온 흡연기간을 종합해 봤을 때, 이 씨는 방광암이 유력하게 의심되는 상태였습니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보니 딱딱한 모양의 종양이 관찰됐고, 요도를 통해 내시경기구를 넣어 종양을 제거해주는 내시경 수술을 우선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내시경 수술은 마취를 하고 진행되지만 수술시간이 30분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아  다음날 퇴원이 가능한 비교적 간단한 수술입니다.

퇴원 후 며칠 뒤 추가로 시행한 조직검사 결과, 이 씨는 안타깝게도 근침윤성 방광암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쇼습니다. 이처럼 충분한 검사를 통해 암의 진행정도와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나면, 환자와 의료진은 방광암 치료를 위한 멀고도 긴 여정을 함께하게 됩니다.

방광의 구조와 방광암의 종류.

방광의 구조와 방광암의 종류.


◇60~70대 남성 흡연자에서 발병 위험 높아

방광은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소변을 보는 소변주머니로, 방광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 바로 방광암입니다. 크게 비근침윤성 방광암과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나뉘게 되는데, 단어 그대로 종양이 방광표면에만 있으면 비근침윤성, 근육층까지 침범한 경우를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구분합니다. 방광암 진단 시 약 70%가 비근침윤성 방광암이며, 10%의 환자는 이미 다른 장기로 방광암이 퍼진 전이성 방광암으로 발견됩니다. 주로 60~70대에서 발생이 잦고, 여성보다는 남성 환자가 3~4배가량 더 많습니다. 특히 흡연자의 방광암 발병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근침윤성은 방광 보존, 근침윤성은  절제 방법으로 치료

방광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집니다.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방광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방법이 정해지고, 근침윤성 방광암은 방광을 모두 절제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비근침윤성 방광암의 경우 내시경으로 종양을 절제하고 필요시에는 약물치료를 하게 됩니다. BCG라고 하는 결핵균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약물 또는 여러 가지 항암제를 방광 내 주입하는 치료로, 종양의 재발과 진행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고등급 비근침윤성 방광암에서는 재발율이 50~70%까지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방광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방광이 콩팥이나 고환같이 우리 몸에 두 개씩 있거나, 혹은 대장ㆍ소장처럼 길이가 길어 일부를 절제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비근침윤성 방광암에서도 방광절제술을 시행해 재발을 막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방광은 하루에도 몇 번씩 소변을 보는 기능을 하는 하나뿐인 장기이며, 방광암의 특성상 일부절제가 매우 제한적이기에 방광절제술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근침윤성 방광암일 경우에는 표준적인 치료가 방광절제술이며, 일부 악성도가 매우 높은 비근침윤성 방광암의 경우 선제적으로 방광절제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암이 관찰된 이 모씨의 방광 내시경 사진.

암이 관찰된 이 모씨의 방광 내시경 사진.


◇근침윤성 방광암, 수술 후 5년 생존율 약 70%

다시 71세 이 씨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씨의 경우는 계획한 방광절제술을 시행하기 전에 항암치료부터 시작했습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근침윤성 방광암은 수술을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이 약 50%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국내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5년 생존율이 70% 가량은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수술을 하더라도 4명 중 한 명은 5년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방광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수술 외에 도움이 되는 치료를 하나하나 더해나가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술 전 시행하는 항암치료입니다. 이 씨는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처음에는 깊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항암치료를 하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시름시름 앓게 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물론 항암치료가 힘든 과정이지만,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이 씨는 포기하지 않고 항암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소장 이용한 인공방광술로 삶의 질 높일 수 있어

방광절제술은 병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큰 수술입니다. 방광과 함께 양측 골반임파선을 최대한 잘라내게 되고, 남자의 경우에는 전립선을, 여자의 경우에는 일부에서 자궁과 질벽을 같이 절제하기도 하며, 이후 소장 등을 절제하여 소변이 모이는 주머니를 몸속에 만듭니다. 주머니는 끝부분을 원래의 요도로 이어주는 인공방광을 할 것인지, 배꼽 옆으로 이어주는 요루를 할 것인지에 따라 수술방법이 달라집니다.

요루 수술은 소장이 1㎝정도 필요합니다. 소장을 잘라 요관을 이어줘야 하고, 반대편은 배꼽 옆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요루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입니다. 24시간 요루로 소변이 흘러가기 때문에 주머니를 항상 붙이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목욕을 포함한 일상생활이 모두 가능하고, 수술시간도 인공방광에 비해 짧으며, 합병증의 빈도 역시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배뇨와 관련된 재활이 필요 없고,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평생 복부에 주머니를 차야하는 단점 때문에 많은 환자분들이 인공방광을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신장기능이 좋지 않거나, 요도 근처에 다른 종양이 있는 환자들은 인공방광을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고령이거나 당뇨가 심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이 씨는 인공방광 수술이 가능한 경우였고, 수술 후 방광재활도 원활하게 이뤄졌습니다. 인공방광 수술 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방광재활이 필요한데, 이는 소변보는 훈련이 부족할 경우 소변이 장주머니로 흡수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으로 방광 적출하면 출혈ㆍ합병증 거의 없고, 회복속도 빨라

방광절제술을 결심하고 나면 개복수술과 로봇수술 중에서 선택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서야 로봇수술이 개복수술과 비교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로봇수술은 △선명한 시야에서 정확하게 수술을 시행할 수 있고 △소장 등 장기 절제 시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아 부종 등의 합병증을 낮출 수 있으며 △소장주머니와 요도가 이어지는 골반 매우 깊숙히 위치한 부위까지 접근이 쉬워 요누출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절개부위가 작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줄일 수 있어 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봇수술은 아직까지는 비보험이라는 부담이 있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환자의 수술 후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방광암 완치, 초기 치료와 굳은 의지가 중요

방광암의 가장 주된 증상은 통증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입니다. 초기에도 혈뇨가 발생할 수 있고, 혈뇨의 정도가 방광암의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확인된다면 꼭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항암치료의 두려움 때문에 일찍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혈뇨가 멈추지 않는 등 신체에 이상이 생기면서 응급실을 찾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치료과정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의료진과 함께 방광암 치료의 여정을 완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 진행이 멈추지 않거나 재발되더라도 그 다음을 대비한 치료법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방광암 완치를 위해서는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드립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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