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의 길고도 고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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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길고도 고된 '꿈'

입력
2020.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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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제
조병제전 국립외교원장

김정은 굿캅 행보는 장기집권 자신감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나 자력갱생 꿈꿔
한반도 전쟁억지 넘어 평화구축 서둘러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중요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여정 부부장의 한마디에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남북연락사무소를 날려버리더니,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말린다. 북한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국토는 분열되어 있으며, 열강의 패권경쟁은 가열되고 있다"고 했다. 금년 1월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미국과의 대립이 오래갈 것"이라면서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북미협상 실패와 경제제재에 따른 고육지책(苦肉之策)이지만, 생각이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길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절대 권력을 쥔 30대 후반의 지도자가 누리는 특권이다. 별일이 없는 한, 김 위원장은 앞으로 30~50년을 그 자리에 있는다. 다가오는 동북아 세력 재편에서 독립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꿈을 꾼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북한이 군사 행동으로 남쪽을 위협하고 "비핵화 개소리 집어치우라"고 막말하는 데는 이러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터무니없지도 않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경험이 바탕에 있다. 사회주의가 붕괴하던 1990년 1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제 북한의 차례인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은 남한과 수교했다. 미국의 패권은 확고했다. 당시 중국의 GDP는 미국의 14분의 1에 불과했다. 북한은 흡수통일을 두려워했다. 

  지금은 다르다. 흡수통일 이야기는 사라졌고 ‘백두혈통’이 3대 세습을 잇고 있다. 경제가 어렵지만, ‘고난의 행군’ 때보다는 낫다. 핵무기를 확보한 지금, 미국도 군사 공격을 해오기 쉽지 않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할 만큼 커졌다.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자유주의를 밀어내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사이 자력갱생이 부각된다. 

  이쯤 되면, 김 위원장의 생각이 읽힌다. 한반도 상황을 누가 주도하는지 보여 주려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은 남한과 대화해도 큰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도적 지원 정도로는 자칫 주민 사기만 떨어뜨릴 수 있다. 미국과는 관계 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선거가 멀지 않아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굳이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이 아니라면 핵미사일 실험의 한계효용도 크지 않다. 미ㆍ중관계는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 이참에 중국을 확실히 붙들어 매 두는 것이 낫다. 지난해 6월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안보와 발전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도우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김 위원장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미중 대결이 장기전이듯, 그 꿈도 긴 호흡으로 간다. 그러나 그 속에 핵미사일이 있는 한, 그 길은 고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이 간단하지 않다. 반세기 이상 쌓아온 국제 네트워크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다. 

  어떤 경우든, 남북관계는 안정시켜야 한다. 한반도가 냉전의 희생물이 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남과 북의 공존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 분단 이후 남북은 서로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북한을 힘으로 쓰러뜨릴 수 있다는 주장은 70년 분단사에 비추어 타당성을 잃었다. 교류 협력이 통일로 이어진다지만, 지난 30년간 해온 방식은 한계에 도달한 것이 분명하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는 동맹 미래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전쟁 억지를 넘어 평화 구축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워킹그룹의 존재 의의는 이런 데서 찾아야 한다. 유럽과 중동에서처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군 주둔 규모를 줄이려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현 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예정대로 마무리하는 것은 당연하고 선제적인 조치다. 

  북한은 언제든 판을 흔들고 나올 수 있다. 미국의 11월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난 70년간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다른 미국을 볼 듯하다. 우리가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어야 21세기의 험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겠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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