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작심 비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책에 따른) 백악관의 결정사항은 봉숭아학당”이라며 “‘미국을 믿을 수 있는 나라라 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비판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설계자'로 꼽힌다.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청와대 대북정책을 폄하하자 "비판 받을 표적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 백악관의 허술한 의사결정 구조"라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문 특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형 제국(미국)이 어떻게 세계적인 결정을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혹평했다. 그는 “미국 관료들은 안정적인 관리를 하려는데, 볼턴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한으로 이걸 뒤엎으려 한다”며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고 직격했다.
문 특보는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이 지난해 북미 하노이정상회담을 결렬시키기 원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볼턴이 북미 협상을 체결하면 미국 국내에서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난도질한다고 해 협상이 워크아웃(결렬)됐다"며 "볼턴이 국내정치의 변수를 교묘히 활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정말 집요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미국에서 산 사람이지만 미국의 정책 결정이 이런 식으로 정말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것에 대해 상당히 느낀 바 있다”며 “우리 언론이나 야당 정치인은 볼턴의 회고록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데, 국익 측변에서는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나쁜 사람이 볼턴이고, 더 어글리한, 추한 사람은 아베 총리”라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그래도 ‘그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 입장에서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남북미 관계 개선을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사사건건 훼방을 놓았다고 회고록에 언급된 아베 총리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볼턴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볼턴의 시각에서) 문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북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갖고 있으며, 일종의 ‘희망적 사고’를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이 잘했다”며 “난공불략 같은 백악관에 치고 들어가 수문장을 하는 볼턴을 뜷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노력해서 판을 바꾸었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국가안보 정책을 다루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이 허술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한국 정부의 남북미 중재 노력을 폄하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볼턴 보좌관의 회고록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미국 '네오콘'(강경 보수주의)으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기용됐지만, 불화 끝에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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