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예약 증가는 아직...관련 업계 전전긍긍
여행지 감염 우려에 귀국 후 2주 격리도 부담
"하늘길 열리면 여행 분위기 조성될 것" 기대도
유럽연합(EU) 이사회가 지난 1일 입국 제한을 해제하라고 권고한 14개 국가 명단에 한국을 포함하면서 해외여행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는 운항 확대에 나섰고, 여행업계는 예약 건수를 주시하고 있다. 면세업계도 유럽 입국 허용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유행 중인 만큼 해외여행객이 관련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늘진 못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의 입국 허용 권고 발표 이후 각 항공사별로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부터 유럽 노선에 런던과 파리를 추가하고, 기존 노선인 프랑크푸르트는 주 4회에서 5회로 운항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유럽의 경우 현재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비엔나 등 5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는데, 유럽 노선 확장과 함께 운항 횟수를 늘릴 지 검토에 들어갔다.
이들 국적 항공사는 그러나 EU의 권고가 여객 수요를 급격히 회복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행 중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한 데다, 해외에서 들어온 뒤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여행을 떠나려면 결국 한 달 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곧 여행 성수기가 다가온다는 점을 감안해도 교민이나 유학생, 주재원 이외의 수요가 급증할 거라고 예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국제선 운항이 차지하는 만큼, 노선 확충을 통해 잠재적인 여객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발상이다.
여행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외여행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당장 예약 건수가 유의미하게 늘고 있지는 않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비즈니스, 학업, 가족이나 친지 방문 등의 이유로 꼭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럽 입국 허용이) 좋은 기회겠지만, 단순 여행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엔 다소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전 직원의 85% 이상이 휴직 중이다. “여행 수요가 눈에 띄게 늘면 업무 복귀 지시가 내려올 텐데, 아직 별다른 얘기가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여행업계는 해외여행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를 겨냥해서 최소한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해외여행 상품은 출발 일자 변경이나 예약 취소를 좀 더 자유롭게 해 소비자들이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돼야 본격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면세점 업계에서는 유럽 입국 허용에 대해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내부 회의에서 EU의 발표에 대해 논의한 롯데면세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유럽 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확 늘 것 같진 않지만, 일단 하늘길이 풀린다는 건 여행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여행업협회나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입국 후 자가격리 조치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국내 방역 시스템을 감안하면 해외여행 후 국내 격리 기간을 다소 줄여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해외유입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성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 해외유입으로 발생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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