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악의가 있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밀어내는 게 아닙니다. 자기랑 피부와 외모가 다르니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뿐이죠. 어른들에게는 그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고 얘기해줘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포털사이트에서 베트남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웹툰 ‘헬로 사이공’을 연재한 송혁범(41ㆍ필명 ㅎㅂㅆ) 작가가 최근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한 어린이 동화 ‘두 도시 아이 이야기’를 출간했다. 대한민국 서울과 베트남 다낭, 두 도시에 사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두 아이 모두 자신의 외모가 또래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처음엔 위축되지만 차츰 서로의 닮은 점을 찾아내며 공감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송 작가는 1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편견 없이 모두가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한강이 서해와 남중국해를 거쳐 다낭의 한강과 맞닿듯이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했다.
송 작가와 베트남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건축설계사무소에 일했던 그는 학창시절 품었던 만화작가라는 꿈을 놓을 수 없어 2015년 7월 무작정 회사를 나왔다. 1년간 작품주제를 고민할 즈음 예전 회사가 단기계약직으로 베트남 파견 제안을 했다.
송 작가는 “베트남을 가기 전만 해도 한국과 베트남이 얽혀 있는 과거사, 베트남의 낙후한 경제 수준, 위생 상태 등이 떠올라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전혀 다른 것이 없고 오히려 편견은 나만의 착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베트남에서 스스로의 편견을 깨뜨리자 자연히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의 세상에 어른들이 편견 없는 마음을 심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우리 세대 보다는 내 자식들이 다문화가정 친구를 만날 확률이 더 큰 만큼 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잘 어울려 지내려면 어른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다문화가정 항목이 생긴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다문화를 다룬 어린이 동화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 작가는 차기작으로 '고독사'를 주제로 한 작품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한 평(3.3㎡) 남짓한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힘겨운 생활상을 세세히 들춰내기보단 그들의 삶을 담담히 풀어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의도다.
송 작가는 필명도 특이하다. 자음 3개를 나열한 'ㅎㅂㅆ'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는 "흔히 다들 필명을 영어로 만들길래 난 ‘혁범씨’의 앞 초성을 따 'ㅎㅂㅆ'으로 정했다. 필명을 보고 사람들이 각기 다르게 부르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저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 게 좋겠다 싶어 그냥 뒀다"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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