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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역사 교재 정말 문제있나…역사학자들이 읽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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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역사 교재 정말 문제있나…역사학자들이 읽어봤더니

입력
2020.07.01 17:42
수정
2020.07.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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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일선 중고교에 배포한 역사교육 자료에 베트남전 참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기정사실로 전제하면서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 상당수가 일부 참전 단체 입장을 근거로 교재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것이 편파적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지 않을 일을 논란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다. 

1965년 2월 9일 베트남파병 환송 국민대회를 마친 장병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5년 2월 9일 베트남파병 환송 국민대회를 마친 장병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정부, 민간인 학살 공식사과 없다"는 부분이 논란 핵심

시교육청이 지난달 25일 서울 관내 전체 중고교 728곳에 배포한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란 190쪽 분량의 역사 교육 참고 교재가 논란의 대상이다.  6ㆍ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착수한 교재로, 자문기구인 평화교육협의체 추천을 받아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와 역사교사 5명이 집필했다. 

문제로 지목되는 부분은 베트남 전쟁에 관한 서술이다. 교재에는 “한국은 베트남 전쟁 중에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사과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표현이 담겼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셈이다. 지난해 베트남 전쟁 생존자와 유족 103명이 1968년 ‘퐁니 마을 사건’에서 한국군에 의해 부상을 당했다며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국방부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 학살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학살'보다는  민간인 ‘희생’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들의 지원동기에 대해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 애국심 등이 있었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 즉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차출된 이들 중엔 가난한 집 출신의 저학력자가 많았다”고 적시한 부분도 반발을 사고 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졌다. 이 단체  관계자는 1일 “군사작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일부 피해에 대해 학살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며 “살아 계신 (참전자)분들이 20만명이나 되는데 학살했다는 표현을 어떻게 함부로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 서울지부는 시교육청을 항의방문하고 월남전 참전 역사를 왜곡 보도하거나 폄훼하면 제재하는 법안을 제안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5.18 역사왜곡금지법과 같은 법제정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교육청이 발간한 역사 교재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 한 부분.?

서울시교육청이 발간한 역사 교재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 한 부분.?


역사학자들 평가는 “중립적”

그러나 교재의 베트남전 부분을 접한 역사학자 상당수는 ‘균형적 시각을 갖춘 무리 없는 서술’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일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파병 군인과 베트남 사람 모두가 전쟁 피해자라는 맥락에서 베트남전을 설명하고 있는데, 일부는 기계적이라고 할 만큼 균형을 담으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대표 구술 부분에서 베트남인 증언을 바탕으로 ‘여러 지역에서 학살이 있었다’라고 주장한 부분이나, 무기 등을 볼 때 미군 학살로 추정되지만 이를  한국군 학살로 주장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교재는 이런 주장에 대해 각주를 통해 ‘논란이 된다’고 처리하는 등 관련 사안을 가치중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판단이다.

역사학자들은 또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비상교육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편찬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한국군 학살은) 베트남을 방문한 국내 많은 지식인들이 곳곳에서 한국군 증오비를 통해 확인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을 시작으로 한국 대통령들의 유감 표명 등을 볼 때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자체가 부정되긴 어렵고, 이는 2008년부터 교과서 등에 베트남전이 실리기 시작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윤해동 한양대 교수 역시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평가했다. 총 5개의 장 중 한 개 장을 차지할 만큼 많은 분량을 할애했는데도, 청소년 눈높이에서 베트남전에 관한 설명을 논란의 소지 없이 해냈다고 그는 진단했다. 윤 교수는 “다만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 전쟁의 특성을 더 기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게릴라전이란 베트남전 특성상 누가 군인이고 민간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학살이 자행됐다는 복합적 배경을 교재에서 설명했다면 (참전단체의) 반발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전 참전 이유를 ‘금전적’라고 설명한 부분 역시 편파적 서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일영 교수는 “상당수 중고교 역사교과서가 베트남 파병으로 한국 근대화가 가능했다고 서술하는데 ‘금전적 이유’를 편파적이라고 해석한다면, 이 사실을 부정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보수 교육단체가 발행한 책에서도 유사한 기술이 드러나 있는 만큼 논란을 위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육훈 전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서울공업고 교사)은 “2008년 (뉴라이트계열의 운동단체)교과서 포럼이 발행한 책에서도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을 적시했다”면서 “좌우를 떠나 교과서에서 두루 다루는 사안을 당사자의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문제제기 하고, 이념적 색깔을 씌워 논의되는 게 더 부적절”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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