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ㆍ예결위 전문위원, 추경 분석 보고서에서 증세 필요성 강조
국책연구기관에서 시작된 증세론이 학계를 거쳐 국회로까지 옮겨붙었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위원들도 증세를 언급하고 나서면서다. 갈수록 커지는 증세 필요성 목소리는 급증하는 재정지출에 반해, 세금수입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지속가능 재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30일 발간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경제위기가 지나간 후 재정건전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조세정책이나 재정운용 측면의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추경안 예비심사보고서에서 “코로나 이후 구조적으로 발생할 고용불안 등에 정부가 적극 대응하기에는 재정지출 수준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증세를 포함한 세제개편 필요성 등에 관해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정 지속 어렵다"… 증세론 봇물
이처럼 국회 전문위원들까지 추경안 보고서에서 증세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돈 풀기에 나서고 있지만 성장 둔화로 세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3차 추경안만 봐도, 정부는 2차 추경 통과 때에 비해 11조4,000억원의 국세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더 큰 14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전망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도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고령화와 코로나19 이후의 노동시장 구조 변화로 지금 늘린 사회적 지출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회복지ㆍ보건 분야 지출은 연 평균 10.6% 늘었는데 앞으로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다수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되찾기 위해 조세개혁 등을 통해 재정수입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우리도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거나, 증세를 통해 재정을 보강할 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고 대외 의존도가 높아 선진국처럼 국가채무를 여유 있게 늘릴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마침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증세의 여력도 있다는 데 주목한다. 우리 국민이 낸 세금과 사회보장성 기금 등을 더한 국민부담률은 2018년 기준 28.4%로 OECD 평균인 34.3%보다 낮은 편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재정지출 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이에 준해 재정 수입도 확대해야 한다”며 증세 논의를 거들었다.
"소득ㆍ소비세 올리고 세금감면 줄여야"
이에 국회의원들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전문위원들은 물론 국책연구기관, 학계 등에서 다양한 증세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최근 국회 예정처 ‘예산춘추’ 기고에서 △안정성 △대중성 △수용성 등 세 가지 증세 원칙을 제시했다. 조세정책은 한번 결정되면 장기간 유지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세수 변동 가능성이 낮고, 가능한 많은 납세자가 나눠서 부담해야 하며, 납세자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본부장은 “기본적인 경제활동에 기반하면서 대부분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개인소득세, 소비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복지정책 확충에 따라 역할이 중복되는 각종 비과세ㆍ감면, 분리과세 등을 정리해 공평한 세 부담 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교수는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며 “OECD 국가에 비해 세수 비중이 낮은 소득세와 소비 관련 조세 부담을 늘리고, 법인세와 상속ㆍ증여세 부담은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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