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응급실, 피 철철 흘리는 아이도 체온 높다고 안 받는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응급실, 피 철철 흘리는 아이도 체온 높다고 안 받는데...

입력
2020.06.30 16:05
수정
2020.06.30 19:18
12면
0 0

코로나 위주 K방역 의료시스템에 '구멍'
일반 환자들 치료 제대로 못받는 경우 많아
의료계 "K방역 후 사망률 분석 시급하다"

서울 서대문구의 학부모 이모(49)씨 부부는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여파를 절실히 느꼈다. 아들 이모(13)군이 자전거와 부딪혀 출혈이 심했지만 처음 찾아간 지역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가까웠던 날 야외에서 뛰어 놀았던 아들의 체온은 38도에 가까웠다. 바지가 모두 젖을 정도로 피를 흘려 흥분한 점도 체온에 영향을 줬다. 이군을 병원으로 이송한 119구급대가 이군의 체온이 조금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의료진에 사정을 설명했지만 응급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응급실을 신종 코로나 환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119구급대원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군은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서울적십자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아들은 상처가 깊었을 뿐 치명적이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면서도 “위중한 환자가 응급실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30일 오전 대전 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30일 오전 대전 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아닌 일반 응급ㆍ중환자가 그간 적절한 치료를 받았는지 점검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커지고 있다. ‘K방역’이 신종 코로나 환자 증가를 효과적으로 억제했지만 이로 인해 의료체계를 이용하기 힘들어진 분야에서 사망자가 늘었거나, 환자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지침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음성판정을 확인하기 전에는 병원 외래진료를 받거나 입원하기 어렵다. 고막체온이 37.5도를 넘거나 기침ㆍ가래ㆍ호흡곤란ㆍ인후통 등 호흡기증상이 있으면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 환자로 분류돼 병원 출입이 더욱 엄격히 이뤄진다. 이러한 환자가 최근 14일 이내에 신종 코로나 발생 국가 또는 지역을 방문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즉 노출력이 있는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노출력이 없어도 병원 내에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를 진료할 별도의 공간이 있어야 진료가 가능하다. 이군이 처음 방문한 병원은 선별진료소가 없었기 때문에, 원칙상 응급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이처럼 방역준칙을 지키느라 응급환자가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당국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4일에야 검사 소요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한 응급환자용 신종 코로나 진단시약 3종의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나 30일 현재 중대본은 “이 시약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해당 시약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수가가 확정되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지난 2월 이후 응급환자와 중환자들이 실제 적절한 치료시스템에서 얼마나 배제됐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의료계에서는 지금이라도 K방역이 의료시스템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지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국내 의료체계의 중환자 치료 역량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K방역이 환자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결국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전체 사망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당장 일반 응급환자나 중환자의 사망률을 챙기지 않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응급환자와 중환자의 사망률은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자료이고, 현재는 2019년 통계를 작성하는 시점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가 전체 사망률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22일 기자설명회에서 “월별 사망자의 숫자 자체는 통계청에서 한 3개월 정도 시차를 가지고 취합해서 분석하지만 질병에 대한 상세 통계는 자료를 재분석해서 발표해야 해서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분석결과가 나온다”라면서 “1, 2개월 정도 이전의 통계를 발표하는 것은 이 업무처리 과정상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