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은 데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싸고 또 한 차례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회의장 앞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청와대는 법 시행일인 7월 15일까지 공수처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법안 통과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미래통합당은 "절대 불가"라며 맞서고 있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 구성부터 공수처 출범에 필요한 후속 법안 처리까지 첩첩산중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수처 법정 시한 내 출범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9일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며 "통합당이 반대한다면 특단의 대책으로 반드시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공수처 출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제1 야당이 공수처 후보자 추천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를 제2 야당에 주는 규칙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어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는데,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지연 전략으로 추천을 하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공수처를 둘러싼 갈등은 애초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될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야당은 공수처가 검찰 통제 등 정권의 권력 장악 기구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고는 원만한 공수처 출범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공수처) 시행에 차질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준비 과정부터 객관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선 여당이 공수처장 추천에 있어 야당도 인정할 만한 중립적 인사를 내세우는 수밖에 없다. 25일 열린 공수처 설립 방향 첫 공청회에서 제시됐듯이 공수처 내부적으로 수사부와 기소부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최악의 독소조항이라며 야당이 반발하는 '검찰 범죄 인지시 즉시 공수처 보고' 조항도 손질이 필요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공수처 출범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야당 요구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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