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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는 생존 문제…“공공 전문병원 설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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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는 생존 문제…“공공 전문병원 설립을”

입력
2020.06.3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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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제안에 공감 확산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의 한 노인요양시설 앞에 세워진 휠체어. 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의 한 노인요양시설 앞에 세워진 휠체어. 연합뉴스



"'재활난민'이란 말 들어보셨죠? 그게 우리 가족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재활 병원을 찾아 전국을 떠돌아 다녔지만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은 늘 부족했고, 특히 아이가 청소년이 되자 영문도 모른 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죠."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뇌손상으로 장애를 갖게 되면서 혼자서는 씹기, 삼키기도 못하는 딸을 20년 넘게 돌봐온 이정욱(53)씨. 그는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제때 필요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온몸이 틀어지고, 척추가 복부 내장을 밀어내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는 딸의 모습을 볼 때면 속이 타들어 간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딸은 성장기 고관절 탈구로 현재 척추가 120도 가까이 휘어져있지만 한 차례 수술이 실패한 뒤 손도 못대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소아기 이후 청소년기부터는 재활치료시설이 태부족한 탓에 집 안에 누워만 있으면서 신체적ㆍ정신적 퇴행을 겪고 있다. 그 부담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다. 이씨와 같은 처지의 장애 가족과 장애 당사자가 "재활치료는 생존의 문제"라며 "공공이 운영하는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요구하는 이유다. 올해 사단법인화한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중애모)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10월 시민 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 이 같은 내용의 제안을 올렸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한 관내 의료재활시설은 6곳에 불과하다. 재활의학과가 개설된 시립병원 7곳에도 재활치료실이 있지만 주로 급성기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서울 시내 장애인 10명 중 1명(4만1,304명ㆍ10.4%)이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데 반해 뇌병변장애인 전용 시설은 전국의 주간보호시설 127곳(1,585명) 중 6곳(65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이런 시설을 한번 이용하려면 평균 30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가진 딸(15)을 둔 조지연(45)씨는 경기 시흥시 자택에서 왕복 5시간 거리의 서울의 한 재활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간다. 그는 "4년을 대기한 끝에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장거리를 마다않고 딸의 치료를 위해 다니고 있다"며 "이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기간도 1년뿐이라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뇌병변장애는 희귀성 난치 질환 등을 중복으로 갖는 경우가 많고, 만성질환을 동반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영구적인 장애인 만큼 치료를 받는다고 크게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재활치료를 중단하면 눈에 띄게 나빠진다는 게 장애 가족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러나 소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재활 치료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보니 결국 어느 단계에서는 부모가 손을 놓고, 장애인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중증 중복 장애를 가진 딸(16)이 생후 8개월 때부터 재활난민 생활을 전전한 배경민씨는 "청소년기 이후 재활전문병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병원 입장에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돈 걱정 없이 받기 위해선 지자체가 중심이 돼 수익에 목매지 않는 공공재활병원을 세워 운영하는 게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주의 서울에 올린 이씨의 제안에 1,000명 이상의 공감을 받으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공공재활병원 건립에 대한 답변을 할 예정이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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