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의 수렁에 빠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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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수렁에 빠진 미국

입력
2020.06.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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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차관 지명자, 각종 음모론 주장한 극우 논객 
트럼프 대통령도 근거  없는 주장에선 뒤지지 않아
온라인에선 4년 전 '피자게이트' 음모론까지 재유행
공론장 기반 무너진 가운데 대선 겨냥 음모론 기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회의 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에 지명된 앤서니 타타 예비역 준장은 트위터나 라디오방송 등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무슬림이자 '테러 지도자'라고 주장해왔다. 이란과의 핵 협상이 "오바마의 무슬림 뿌리에서 나왔다"고 했을 정도다. 전형적인 이슬람혐오주의자에다 극우 음모론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우리로 치면 유투브에서 밑도 끝도 없는 각종 음모론을 설파하는 태극기부대의 극우 논객쯤 되는 셈이다.

그가 미국 국방분야의 '넘버3' 자리에 지명된 건 폭스뉴스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논평을 자주 냈기 때문일 것임을 누구나 짐작한다. 어쩌면 그의 음모론적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당겼을지 모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전혀 구애됨이 없이  정치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을 펼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다. 

최근 미국에선 2016년 대선 당시 극우 보수층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피자게이트' 음모론이 온라인에서 다시 퍼지고 있다. 다분히 11월 대선을 겨냥한 의도적인 음모론 확산이라는 게 미국 주류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측 선거대책본부장인 존 포데스타가 워싱턴의 한 피자가게 지하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는 이 음모론 때문에 한 청년이 해당 피자가게를 찾아가 총을 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4년 전 아동 성매매 조직의 수괴쯤으로 묘사됐던 클린턴 후보의 자리가 이번에는 빌 게이츠와 오프라 윈프리, 저스틴 비버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유명인사들로 대체됐다.

대선 때면  으레 음모론이 기승을 부린다지만, 미국 내 음모론의 토양이 너무나 비옥하게 조성돼 있음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때가 많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음모론적 주장을 퍼뜨린 결과 사실상 공론장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서다. 더구나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미국인이 극도의 우울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극성 지지자들이 정치적 테러를 감행하지 않겠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우려가 그저 '음모론적'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송용창 워싱턴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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