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노역 인정, 희생자 기리겠다" 약속 해놓고 어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최근 일본 정부가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군함도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조치를 요구하는 우편을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위치한 이 정보센터는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端島) 탄광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도 7곳이 포함됐으나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정보센터에서 다룬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일본의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부분이 주를 이루고, 군함도 전시관의 경우 오히려 '조선인 노동자가 주위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섬 주민들의 증언을 자료로 소개하는 등 역사를 정확하게 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판을 받고 있다.
서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일본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위원국에 일본이 2015년 약속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정확히 짚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당시 메이지 산업유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강제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해 피해자를 기억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유네스코에 수 차례 제출한 후속 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에 대한 강제노역을 인정하거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 등의 내용은 없었다.
서 교수는 서한에 "2015년 등재 당시 일본측 유네스코 대사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노역을 했다'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다"라며 "일본 정부가 올바르게 역사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권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강력한 후속 조치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 교수가 직접 답사한 사진과 자료를 첨부해 지난 5년 동안 하시마 탄광을 비롯해 다카시마(高島) 탄광, 미이케(三池) 탄광 등에 새로 제작된 안내판, 안내서에도 강제노역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서 교수는 정보센터의 역사왜곡에 대해 앞으로 세계 유력 매체들에 제보해 여론전을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15일 한국 외교부 역시 청사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정보센터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한 전시가 포함된 것에 유감을 표하고,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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