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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뉴 페이스'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보라

입력
2020.07.01 10:00
수정
2020.07.02 17: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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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생 동성애 다룬 '어나더 컨트리'ㆍ'베어 더 뮤지컬'?
신인배우 기용 많아 차세대 스타 ' 등용문'으로도 주목

지난해 초연 이후 1년 만에 재연 무대에 오른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한 장면. 파시즘 광풍이 몰아친 1930년대를 배경으로 상류층 고등학생들간 가치관 충돌과 이념 갈등을 그린다. 영국에서 1981년 초연된 이 작품은 1984년 콜린 퍼스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페이지원 제공

지난해 초연 이후 1년 만에 재연 무대에 오른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한 장면. 파시즘 광풍이 몰아친 1930년대를 배경으로 상류층 고등학생들간 가치관 충돌과 이념 갈등을 그린다. 영국에서 1981년 초연된 이 작품은 1984년 콜린 퍼스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페이지원 제공


최근 대학로에서 2030 관객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은 뭘까.

연극 '어나더 컨트리'와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이 손 꼽힌다. '어나더 컨트리'는 지난해 국내 초연 이후 1년 만의 재공연, '베어 더 뮤지컬'은 2015, 2016, 2017년에 이어서 네 번째 무대다. 그럼에도 여전히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 같은 시기에 막이 오른 두 작품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주인공이 남자 고등학생 성소수자로, '나답게' 살기 위해 분투하다 비극으로 치닫는다. 청춘의 이상과 절망이라는 주제의식도 상통한다. 

'어나더 컨트리'의 배경은 파시즘과 대공황으로 혼란스러웠던 1930년대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 엄격한 규율과 통제 아래, 남몰래 동료 남학생과 사랑을 나누는 아웃사이더 가이 베넷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고, 강직한 공산주의자 토미 저드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다.

"체제에 순응하든지, 바꾸려고 노력하든지, 둘 중 하나야. 대안은 없어." 인물들간 논쟁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이념간 충돌 등 정치적인 주제로까지 나아간다. 극적인 사건이 없는데도 긴장감이 상당하다. 가이 베넷은 영국 최상류층 엘리트 출신 소련 스파이였던 실존인물 가이 버제스를 모델로 삼았다. 

'베어 더 뮤지컬'도 청춘의 혼돈을 직설화법으로 그려 낸다.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 피터와 제이슨은 오랜 친구이자 비밀리에 사귀는 사이다. 피터는 커밍아웃을 원하지만 제이슨은 이를 거부하고 자신을 유혹하는 여학생과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다.

동성애를 비롯, 약물 중독과 섹스, 10대 임신 등 극의 소재와 표현 수위가 꽤 높다. 종교적 세계관과의 충돌도 묵직하게 다뤄진다. 그런데도 관객들 사이에선 "힐링 뮤지컬"이라는 평이 나온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위로를 전하기 때문이다. 


대학로에서 팬덤을 몰고 다니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동성애, 약물 중독, 10대 임신 등 대담한 소재를 가져와 청춘의 방황을 세밀화로 그려낸다. 쇼플레이 제공

대학로에서 팬덤을 몰고 다니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동성애, 약물 중독, 10대 임신 등 대담한 소재를 가져와 청춘의 방황을 세밀화로 그려낸다. 쇼플레이 제공


두 작품이 쉼 없이 무대로 소환되는 또 다른 원동력은 배우들이다. 극중 나이가 10대이다 보니 배우들도 젊다. 갓 데뷔했거나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들이 반짝이는 재능으로 무대를 채운다. 그래서 두 작품은 대학로에서 신인 등용문으로 불린다.

'어나더 컨트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1개 배역을 모두 오디션으로 뽑았다. 더블, 트리플 캐스팅을 포함해 출연 배우 19명 중 7명이 데뷔다. 가이 베넷 역에 발탁된 지호림은 700대 1 경쟁률을 뚫었다. 초연부터 참여한 강영석, 문유강도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숨겨진 배우를 발견하고 그 배우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라고 말했다. 

영국에선 1982년 올리비에어워드 올해의 연극상을 수상하고 1984년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 '킹스맨'으로 유명한 콜린 퍼스를 비롯,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톰 히들스턴, 루퍼트 애버랫 등 명배우들도 젊은 시절 이 무대를 거쳤다. 

'베어 더 뮤지컬'도 대학로에서 스타 탄생의 산실로 명성이 자자하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박강현, '렌트'의 배두훈과 정원영,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한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안방 스타로 거듭난 이상이도 '베어 더 뮤지컬'이 배출한 스타다. 올해는 15개 배역을 뽑는데 2,000명이 몰렸다. 제작사 관계자는 "캐릭터마다 개성이 살아 있어서 조연 캐릭터에도 지원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대학로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어나더 컨트리'는 8월 16일까지 서울 동숭동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베어 더 뮤지컬'은 같은 달 23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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