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수 금융사들이 업종간 벽을 허물고 눈에 띄는 고금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초저금리로 기존 예치금이 갈수록 이탈하는 데다, 정보기술(IT) 기반의 이른바 '테크핀' 기업들까지 고금리를 앞세워 고객을 빼앗아 가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카드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 제시된 고금리를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각종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보험상품 가입 등 사실상의 '꺾기'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 7~8% 금리 상품 속속 등장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카드사들은 최근 타업종 금융사와 손잡고 고금리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간 제휴를 통해 최대 연 8.3% 금리를 주는 '신한플러스 멤버십 적금' 상품을 50만 계좌 한도로 내놨다. 월 3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6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적금이다.
SC제일은행도 삼성카드와 손잡고 연 7% 상당의 이자를 쳐주는 '부자되는 적금'을 선보였다. 우리은행과 현대카드는 이용실적에 따라 최고 연 5.7% 금리를 주는 '우리 매직 적금 바이 현대카드'를, 신한카드와 SBI저축은행은 신규 카드 발급자와 장기 미사용자를 대상으로 최고 연 6% 금리를 적용하는 자유적금을 출시했다.
이런 '특판 상품' 경쟁은 초저금리 속에 기존 통장 속 돈까지 빼 나가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4,5월 두 달간 국내 5대 은행 정기예금에서는 8조원 이상이 빠져 나갔다.
여기에 IT 대기업까지 앞다퉈 금융업에 진출하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달 초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수시입출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 '네이버통장'을 내놨다. 연 3% 이자(적립금)와 최대 3%의 네이버포인트(결제금액)를 주는 파격 혜택으로 젊은층의 인기를 끌었다. SK텔레콤과 핀테크기업 핀크도 산업은행과 손잡고 연 2% 금리의 자유입출금상품을 내놨다.
바늘구멍 우대조건 통과해야 혜택
그러나 금융사들의 연 7~8%대 금리 상품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대 금리'를 모두 받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최대 연 8.3% 금리를 주는 신한플러스 멤버십 적금은 기본금리가 1.2%에 불과하다. 여기에 △자동이체를 신한은행 계좌에 연결(0.3%)하고 △최근 3개월간 신한은행 적금에 가입한 적이 없다면(0.3%) 0.6%포인트를 더 받을 수 있다. 나머지 6.5%포인트는 이자가 아닌 마이신한포인트나 캐시백 형태로 지급된다. 이 역시 △신한플러스 이용약관 동의(연 1.0%) △신한플러스 멤버십 체크카드 신규 발급 및 3개월 이상 월 30만원 이상 이용(연 1.5%) △신한금융투자 계좌개설 및 주식거래(연 2.0%) △신한생명 연금저축보험 가입(연 2.0%)을 해야 완성된다.
심지어 신한생명 연금저축 보험은 가입 후 적금 만기까지 보험 계약을 유지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매달 추가로 보험료까지 내야 8%대 금리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고 연 5.7%를 주는 우리은행과 현대카드의 상품 역시 기본금리는 연 1.7% 수준이고, 여기에 △급여ㆍ연금을 이체하고 △현대카드 신규 고객이어야 하는데다 △적금 만기 전월 말까지 신용카드를 600만원 이상 써야 한다. 기존에 현대카드가 있는 고객이라면 1년 동안 1,000만원 이상을 써야 해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다.
다른 상품들 역시 대부분 월 납입액 상한을 10만~30만원 수준으로 제한 하거나 만기를 6개월, 12개월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정작 이자 수준이 높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은 납입금액이 적고 가입기간이 짧아 따져보면 연간 이자가 10만원이 채 안되는 경우도 많다"며 "상품에 가입하기 전 어떤게 더 유리한지 '기회비용'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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