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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앞둔 홍콩… 보안법 족쇄 맞서 2003년 열기 재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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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앞둔 홍콩… 보안법 족쇄 맞서 2003년 열기 재현할까

입력
2020.06.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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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인대, 30일 홍콩보안법 제정ㆍ시행 임박
내달 1일 홍콩 민주진영 시위 예고... 경찰은 금지

지난해 8월 18일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 당시 집회 참가와 거리 행진 인원은 170만명에 달했다. 홍콩=김광수 특파원

지난해 8월 18일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 당시 집회 참가와 거리 행진 인원은 170만명에 달했다. 홍콩=김광수 특파원


‘홍콩 운명의 날'이 임박했다. 내달 1일 범민주진영이 예고한 대규모 거리행진에 맞서 중국은 시위 참가자를 광범위하게 처벌할 수 있는 '홍콩보안법'을 30일 제정할 전망이다. 법을 앞세운 홍콩 경찰과 집회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대가 정면충돌로 치닫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8일 상무위원회를 열고 30일까지 사흘간 홍콩보안법 초안 2차 심의에 나선다. 1차 심의 후 일주일만에 이례적으로 회의를 다시 개최한 것은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전인대가 공개한 초안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외에 '외국세력과 결탁'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조항이 애매해 미국 등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조차 불법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중앙정부가 관장하는 '국가보안처'를 신설해 중국이 홍콩 상황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홍콩 경찰은 7월 1일로 예정된 주권반환 기념집회를 금지했다. 재야단체가 주관해온 이 행사를 금지한 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이다. 홍콩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일상생활에서 모임 인원 제한을 8명에서 50명으로 늘렸지만 이번 행사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또 경찰을 풍자해온 공영방송 RTHK의 주권반환 공식행사 중계권도 박탈했다.

하지만 민주진영은 일찌감치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시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17년 전인 2003년 행사 당시 55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홍콩 당국이 추진하던 국가보안법을 무산시킨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진선(민진)은 1일 오후 2시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 집결해 3시부터 정부청사가 위치한 애드미럴티까지 '보안악법 철폐'를 구호로 행진할 예정이다. 지미 샴 민진 대표는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서 보듯 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의 인권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보안법을 놓고 장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다시 맞붙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홍콩의 자치를 훼손하거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데 연루된 전ㆍ현직 중국 관리의 비자를 제한한다"고 발표했고, 미 상원도 같은 경우의 개인과 기업에 대해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이에 중국은 주미대사관과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를 통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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