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축되고 교역 부진으로 전통 산업 위축... 중저숙련 노동자 피해 특히 클 것”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점쳤다. 전 세계적인 교역 부진과 산업ㆍ노동구조 변화로 인해 특히 기존 산업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판 뉴딜’로 불리는 신산업 정책 강화로 인해 부진을 일부 만회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한은 조사국은 29일 공개한 보고서 ‘코로나19 이후 경제 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새로운 정상 상태(뉴 노멀)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가계와 기업의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지고, 정부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탈세계화’ 현상으로 전 세계 교역이 부진해지는 한편, 비대면 활동이 늘고 환경 위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디지털ㆍ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변화의 이면에서 우리 경제 주체들은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되고, 이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예측이다. 우선 교역이 부진하고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출 위주의 전통적 제조업과 대면 위주의 전통적 서비스업이 위축된다. 자연히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고, 고용된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 정체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노동과 자본, 두 생산요소 투입이 부진해지면 잠재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ㆍ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투자가 잠재성장률 하락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중ㆍ저숙련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소식만은 아닐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은 재택근무가 어려운 종업원ㆍ판매원, 임시일용직, 저학력 근로자, 소규모 사업체 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산업 구조 변동 과정에서 이들이 쉽게 새 일자리를 잡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장기 물가상승률 역시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진 가계와 기업이 경기 회복 이후에도 투자보다 저축을 늘리고, 소비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확대된 부채를 갚는 데 열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역시 물가 하락과 비용 절감을 유발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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