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울분 "2년간 준비했지만 기회 박탈, 그걸 따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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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울분 "2년간 준비했지만 기회 박탈, 그걸 따지는 겁니다"

입력
2020.06.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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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4명이 말하는 ‘인국공 사태’의 본질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반대 아냐
직고용으로 입사 기회 공정성 훼손"
"좀 더 배워 임금 2배" 정치인 발언에
"청년들 노력을 적폐로 몰아" 발끈


게티이미지 뱅크


"공정성 훼손을 지적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청년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며 꾸짖네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뿔이 난 취업준비생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취준생들은 당초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으나, 정치권에서 청년층 인식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다. "조금 더 배워 정규직 됐다고 임금 2배 더 받는 건 불공정하다"는 여당 정치인의 발언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반대' 청원에 25만명이 동의했다. 취준생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취준생들이 왜 분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벌어진 사태"라고 꼬집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청원은 글이 올라온지 이틀 만에 청와대에서 답변을 해야 하는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28일 현재 25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국일보가 28일 만난 4명의 취준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의 방향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취준생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지점은 인천공항의 정책이 '기회의 평등'과 어긋난다는 대목이다. 2년 넘게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로 이직을 준비 중이라는 직장인 A(29)씨는 "먼저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했다는 이유 만으로 무조건 직고용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불평등이 아니면 뭐겠느냐"고 했다. 공사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입사 기회를 주되 대신 1,902명의 보안검색요원은 일괄 직고용이 아닌 가산점을 줘 입사 때 우대하는 게 공정 가치에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는 직고용 대상자 1,902명 중 1,000여명은 서류심사처럼 비교적 간단한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고용하지만 나머지 900여명은 공개채용 방식이 적용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로또 채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2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B(25)씨는 "인국공 여객보안검색 직원을 희망한 모든 이들의 기회가 박탈됐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채용과정의 공정성 위배를 지적했다.

취준생들은 내부의 공정한 의사 절차도 결여한 직고용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인천공항노조는 공사의 일방적 추진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장기호 인국공 노조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법률 자문도 하고 대국민 성명서도 준비 중"이라며 "노동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공사가 발표해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취준생 C(28)씨는 “공사는 애초 여객보안검색 직원을 인국공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했지만 돌연 노조와 협의도 없이 직고용 발표를 했다”며 “논의 당사자조차 배제하는 협의 과정이 어떻게 공정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준생들은 또한 정치권의 개입으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 언급에 취준생들은 분노했다. C씨는 “죽어라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가려는 청년들이 적폐이고 혜택받은 사람이라는 말이냐”라며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몇 년간 공들인 노력이 왜 그렇게 폄하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청와대 또한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한 채 대처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장기간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로 꼽혀왔던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일”이라며 “그런데도 지금 일각에서 불공정 문제를 제기해 안타깝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국공 이직을 준비했던 취업 준비생 D(31)씨는 “인천공항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절차와 기회의 공정”이라며 “정부가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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