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홍콩 자치권 훼손"... 경고용 해석도
WSJ "美 레드라인 넘으면 中 합의 파기" 경고
주미 중국대사관 "내정간섭 말라" 작심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강행과 관련, 자치권 훼손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들의 비자를 제한하겠다는 첫 번째 제재 조치를 내놨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미국 압박이 계속될 경우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미중 갈등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1984년 중ㆍ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서 보장된 고도의 홍콩 자치권을 훼손하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데 책임이 있거나 연루됐다고 여겨지는 전ㆍ현직 중국 공산당 관리들의 비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의 가족 구성원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명단과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비자 제한 대상은 한 자릿수”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은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며 표현과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 및 기본적 자유가 법률로 보호돼야 하고, 홍콩 통치 당국의 존중도 받아야 한다”며 중국 정부에 공동선언 약속과 의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홍콩의 자유를 제거한 데 책임 있는 중국 공산당 관리들을 처벌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에 따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이런 (홍콩 인권)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권한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해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내비쳤다. 국무부 한 관리는 “미 행정부가 중국의 홍콩 통제 움직임을 응징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재 대상과 적용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홍콩보안법 제정을 앞둔 중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8~30일 회의를 열어 홍콩보안법 초안을 심의할 예정인데,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또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이 중국발 입국을 불허하고 있어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도 미국의 거센 압박에 ‘강대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이 홍콩ㆍ대만 문제 등 핵심 이슈에 압박이나 간섭을 계속하면 1단계 무역합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메시지를 중국이 암암리에 발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보안법이나 대만 독립 문제는 중국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미국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18일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쭈이 금융포럼에 보낸 서면 축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류 총리는 축사에서 “마땅히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공동으로 중미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분위기 조성은 무역 외 이슈에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될 경우 합의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올 1월 양국이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는 중국이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향후 2년 간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사들일 예정이었다.
17일 하와이에서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회담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양 정치국원은 무역합의 이행 약속을 재확인하면서도 “미중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의 한 관리는 “협력은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도 27일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제한 조치와 관련, 성명을 내고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조치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순수히 중국 내정에 속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홍콩보안법 제정은 중국 중앙정부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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