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받는 '그린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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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받는 '그린 뉴딜'

입력
2020.06.26 18:10
수정
2020.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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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의지 담긴 그린 뉴딜 올해 예산 
지난해 각종 화석연료 보조금보다 적어 
탄소 배출과 결별 의지 분명히 밝혀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국가의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나란히 세운 한국판 뉴딜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가 성장 전략을 ‘한국판 뉴딜’이라 이름 짓고, 그 한 축이 그린 뉴딜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발언이 눈길을 끈 것은 그린 뉴딜이 처음 발표된 한국판 뉴딜에는 제외됐었으나, 대통령 지시로 간신히 포함되면서 구색 맞추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 사업계획을 7월 중 발표하기로 하고 한창 준비 중이다. 그래도 투자 규모는 미리 발표했는데, 올해부터 6년간 총 76조원이다. 이중 그린 뉴딜에 26조9,000억원이 투자되며, 올해 할당액은 1조4,000억원이다. 반면 지난해 유가보조금, 농업용 면세유, 석탄 관련 보조금 등 미세먼지 유발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총 3조4,400억원에 달한다. 대통령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사업이라고 밝힌 분야 투자액이라고 보기에는 여간 낯간지러운 수준이 아니다.

물론 첫해 예산이 적더라도 계획을 내실 있게 세워 효용성이 입증된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그린 뉴딜의 3대 과제 중 하나인 ‘도시ㆍ공간ㆍ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사업 중 많은 부분이 중복되거나 재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공시설 에너지 효율 높이기는 대부분 올해 이미 예산이 편성된 사업이거나, 2013년부터 진행하다 중단된 것이 ‘그린 뉴딜’ 사업으로 새 단장해 등장했다.

이처럼 현 정부 특히 청와대에서 그린 뉴딜이 푸대접받는 것은 정부 출범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이 이런저런 이유로 역풍을 받고 성과도 미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양광의 경우는 정부 보조금을 노린 투기 세력이 몰려들면서, 정권 실세 연루설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탄소배출이 과다한 전통 산업을 정리하기 힘들다는 점도 고민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주춤거리는 사이 미국과 유럽에서 그린 뉴딜 분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구온난화와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전통 에너지들을 앞서고 있다. 미국의 최근 연구는 재생에너지 또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 분야에 투자할 경우 화석 연료 분야보다 3배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보고했다. 세계 최대 독립 투자은행 라자드(LAZARD)가 지난해 말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생산 원가는 원자력보다 저렴하다. 각국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혜택을 제외할 경우 원자력의 발전단가(㎿h당 달러)는 118~192달러다. 반면 결정질(Crystalline) 태양광은 36~44달러, 박막(Thin film) 태양광은 32~42달러, 풍력 28~54달러, 지열 69~112달러다.

국내 재생 에너지 업계들은 화석 에너지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만 손봐도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정부의 어정쩡한 정책을 답답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제 환경단체들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한국이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한 공적 자금이 7조8,000억원에 달하며,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석탄 금융 지원국”이라는 보고서를 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 취급을 당하고 있다.

산업 전문가들도 “우리 제조업이 절벽 앞에 서 있으며, 저탄소 배출시스템으로 경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린 뉴딜 선도국으로 변신할 것이냐, 기후 악당으로 남을 것인가’ 사이에 선택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다음달 나올 ‘한국판 뉴딜’ 세부 정책은 정부의 선택을 가늠해 볼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50년 이전까지 온실가스 배출제로’ 달성이라는 국제사회 목표에 동참하겠다는 명확한 약속도 내놓기 바란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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