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인도ㆍ태평양 재배치 시사
EU 방문 예고하며 협력도 촉구해
독일에서 철수하는 미군 병력 일부가 남중국해 등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영향력 축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중국 견제’ 전략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싱크탱크인 독일마셜기금 브뤼셀포럼과의 화상 대담에서 “2년 반 전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 재배치 문제를 검토해왔다”며 “이는 일부 지역에서 미국 자원이 더 적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뤄진 독일 주둔 미군 감축도 이런 정책 방향의 일환이라는 게 폼페이오 장관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현재 3만4,500명 수준인 주독 미군을 2만5,000명까지 줄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관건은 독일에서 빼내는 9,500명의 병력을 어디로 보내느냐이다. 일단 1,000명은 폴란드로 간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우리는 그들(미군)을 독일에서 폴란드로 이동시킬 것”이라며 “폴란드는 이에 상응하는 비용 지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나머지 병력의 행선지는 인도ㆍ태평양 지역이 유력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중국과 인도군의 국경 충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명분으로 이 지역에 미군을 증파할 수 있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대담에서도 “중국 공산당이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확실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놓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시대의 도전이라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앞서 22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같은 맥락의 기고를 게재했다. 그는 중국을 겨냥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냉전 종결 이후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과제에 직면했다”며 감축되는 주독미군 중 수천 명은 괌과 하와이, 알래스카, 일본, 호주 등에 배치될 수 있다고 썼다.
미국은 병력은 빼내가지만 커지는 중국의 위협 탓에 유럽연합(EU)과 협력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로부터 중국 관련 공식 양자대화를 제의 받아 수용했다”며 “첫 회의를 위해 조만간 유럽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일의 진실에 대해 대서양 연안국가 간 자각이 있다”면서 “중국과 맞서는 건 미국이 아닌 전 세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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